[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모였다. 콘텐츠 산업에 있어 국내 투자자본을 유인하지 못한다면 결국 해외자본에 종식돼 자체 산업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란 문제의식에서다.
10일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고 “국내 방송사의 재투자 여력이 낮은 상황에 최근 제작비 급증으로 글로벌 자본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며 “콘텐츠 투자 자본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이 위원은 세액공제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콘텐츠 산업과 관련한 세제 지원은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뿐이며, 그 공제율도 대기업 3%-중견기업 7%-중소기업 1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공제율이 대부분 20~30%로 책정돼 있으며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도 없다.
일례로 영국에선 콘텐츠 관련 공제율이 25%에 달하며 손실 발생시 손실액의 최대 25%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를 두고 있다. 프랑스의 공제율은 30~40%에 이른다. 감면세액이 세액보다 많을 경우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미국 역시 주마다 공제율이 최대 45%까지 분포돼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20~30%에 이른다.
이 위원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넷플릭스는 2021년 한해 6000만달러(한화 약 845억원)을 세액공제 받고 있으며 아마존은 1600만달러(한화 약 225억원)를 돌려받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99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실제 전문가들은 영상콘텐츠 산업의 세액공제 효과가 타 분야에 비해 높은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 1억달러 증가시 관련 소비재 수출액은 1.8억달러, 국내 생산유발효과는 5.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직간접 수출효과는 105억2000만달러, 생산유발효과는 약 2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위원은 세제지원 개선방안으로 ▲제작비 공제율 상향 조정 ▲기업규모별 차등적 공제율 폐지 ▲외부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세액공제 일몰기한 폐지 및 상시화를 꼽았다. 이 위원은 “콘텐츠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인상해 콘텐츠 산업의 투자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고, 기업규모별 차등적 공제율도 폐지해야 한다”며 “방송사와 OTT 등 외부 투자 자본에 대한 세제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종수 고려대학교 교수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한편 기존 세액공제 제도 개선을 통한 콘텐츠 산업 세제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의 경우 거의 모든 중소기업 업종에 동일 수준으로 확대돼, 중소기업 저율과세 기능만 포괄적으로 할 뿐”이라며 “또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을 적용받을 경우 중복지원 배제 규정으로 콘텐츠 산업 특화 공제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능을 상실한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중복 감면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 세액공제의 경우 부설연구소나 전담부서 요구 등 제조업 중심으로 짜여진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박 교수는 “현행 연구개발 세액공제의 전제조건인 ‘독립된 창작시설’ 및 ‘전담부서’ 존재는 프로젝트 단위로 기획개발이 진행되고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콘텐츠 산업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팀장은 “방송프로그램과 영화, 온라인비디오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선 매체별 또는 장르별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투자와 기획개발 등 콘텐츠 기여도를 기준으로 세제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재용 SBS 국장은 “콘텐츠 세액공제율 자체가 적은 만큼 대폭 상향해서 적극적으로 세제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을 주도해온 지상파·종편 등 대기업에 속하는 사업자들도 대폭적인 공제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동감했다. 강동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 과장은 “콘텐츠 산업은 인력 지향적이어서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 중소기업 세제지원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부분, 콘텐츠 R&D 부분도 콘텐츠 특수성 감안한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윤정인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 과장은 “영상콘텐츠 업계 지원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있으며 매년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제작환경과 산업구조 변화 감안해 이해관계자와 계속 소통해서 적절한 지원방안을 계속 검토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