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가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떠오른 데이터 이중화 문제와 네이버N배달, 자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둘러싼 여야 지적들에 대해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장애 규모가 크고 복구가 많이 지연된 카카오와 비교해 네이버는 대응이 나쁘지 않다고 보이나, 일부 서비스는 복구가 늦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네이버가 재난재해에 대비하고 서비스 장애 때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게 하려면 과감하고 높은 수준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여 빠르게 복구했지만 그 사이 여러 불편이 있었다”면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위해 투자하는 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허은아 의원은 또, 네이버 배달 서비스 진입 소식을 언급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지적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가격 비교에 이어 배달 사업까지 진출한다고 지적하며, 창업 생태계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국내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으로의 진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GIO는 “네이버페이나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많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경영진과 잘 상의해보겠다. 시장에 대해서도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이번 서비스 장애에 대한 네이버의 확실한 보상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 왕국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네이버는 포털과 금융을 다 장악하고 있는데 보상안 마련을 열심히 할 생각인지 묻겠다”고 말했다. 이 GIO는 “고객센터를 통해 계속 피해 사례를 취합 중”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는 데이터 이중화를 비롯해 재난관리지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카카오는 다음 검색, 카카오 스토리, 브런치 등 주요 서비스에 재난복구관리지침이 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질의다.
이 GIO는 “기본적인 재난관리지침은 카카오와 같을 것이다. 제가 알기론 중요한 시스템에 대해선 이중화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 자체 데이터센터 ‘각’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 역시 이번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 네이버에 이중화 시스템 현황을 짚었다. 이 GIO는 “네이버 피해가 카카오보다 적었던 건 비교적 이중화 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정 위원장 말에 “그동안 (해당 시스템 위한) 투자가 있었고,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빠르게 움직여 대응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국내 계열사 134개를 거느린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 계열사는 54개라는 점을 비교했다. 이 GIO는 “카카오보다 계열사가 적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김 의원 질의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며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러 법적 규제 마련에 나선 가운데 해당 기업들에 규제 관련 법 적용을 받을 의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조 의원은 “국회가 2020년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 통해 재난대비계획을 데이터센터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업들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규제에 대한 생각이 변화한 부분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 GIO는 “법적 내용을 잘 몰라 조심스럽지만, 사용자에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정부와 여러 협력이 가능하다”면서도 “(해당 규제가) 이용자 정보보호나 해외 사업자와 차별 없이 이뤄지는 것이 선행된다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국회 상임위원회는 2018년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을 계기로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 및 혁신 저해 ▲이용자 정보 유출 문제 ▲해외업체와 역차별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해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가 춘천 데이터센터를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하기 위한 과기정통부 측 자료 요청을 6년째 거부 중이라고 비판했다. 변 의원은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상 주요 정보통신 시설을 법으로 지정해 전자적 침해 행위에 대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입법 목적”이라며 “네이버는 이에 대해 지적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 GIO는 “이와 관련 경영진과 깊은 상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변 의원은 “네이버가 제출한 자료들 보면 데이터 이중화가 잘 돼 있다고 보이지만 공공 부분의 많은 데이터가 네이버 클라우드에 들어있는 만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철저한 대응책을 만드는 한편,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국가 관리를 받는 기반 시설이 된다거나 사전적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국회에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을 추진할 당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정보보호 조치 대상에 포함하려는 작업에 네이버가 끝까지 반대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만약 관련 법에 IDC가 적용됐다면 이번 사고는 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해 책임 소지가 있는 SK C&C와 네이버, 카카오의 세 대표가 모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허은아 의원은 만약 이것이 어려울 경우 각 사 최고경영자(CEO)가 모여 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 GIO는 “어떤 것이 가장 이용자를 위하는 것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른 분들 의향 확인을 못했다”는 반응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셋이 모여 당장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 또한 가능한 방법 중 하나로 보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한편, 이날 권성동 의원(국민의힘)은 이 GIO에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을 말하다 정청래 위원장에 저지를 당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질의 시간에 “성남FC에 바로 40억원을 주면 되는데 중간 업체를 끼워 돈이 흘러가게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오늘 증인 질의는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서만 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권 의원 발언을 중단시켰다. 이에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연관 있어 못 하게 하는 것이냐”면서도 네이버에 “기업 규모 커질수록 안전 관리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