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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주말 보낸 카카오, 피해보상‧국감‧법규제 후폭풍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카카오가 악몽 같은 주말을 보냈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부터 카카오 서비스 상당수가 먹통이 됐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모빌리티‧웹툰‧페이 등 일상생활과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지난 주말 통신대란을 방불케하는 ‘카카오 대란’을 경험했다.

◆방대한 데이터 보유한 대표 기업인데…재난대응 소홀했나?=카카오가 입주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 카카오만을 향해 100%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네이버를 비롯해 IBM클라우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SK 관계사 등 데이터센터 내 입주한 다른 기업들 서비스 경우 카카오와 달리 피해가 적고 빠르게 정상화된 점과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화재로 한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 전체에 영향을 미친 곳은 카카오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규모에 비해 적절한 안전장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분산 및 이중화, 백업(DR) 체계 등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췄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어, SK C&C와 같은 임대 데이터센터들을 이용 중이다.

카카오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내년 한양대 안산 에리카 캠퍼스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열고,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자체 데이터센터를 차치하더라도 SK C&C 데이터센터에 카카오 공동체 상당수 서비스를 의존하면서 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절히 갖추지 못한 점은 피해갈 수 없다.

양현서 카카오 ER실 부사장은 판교‧안양 등 4개 데이터센터로 분산해 운영 중이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버가 대량 유실됐다. 판교데이터센터에 3만2000대 서버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버 전체에 전원 공급을 차단한 상태라 이중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서버 증설 후 트래픽 전환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 대표는 “이번 사고로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현재 서비스를 정상화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 우려를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전례 없는 카카오 마비, 피해보상 어쩌나=카카오는 16일 오후 9시30분 기준 먹통 약 30시간만에 주요 서비스 상당수를 복구했다고 안내했다. 서비스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고, 유실된 고객 데이터도 없지만, 후폭풍은 어김없이 찾아올 전망이다.

우선, 피해보상이 관건이다. 이용자와 카카오 관련 업계 종사자 전반이 지난 주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보상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은 머리 숙여 사과하고 피해보상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홍은택 각자 대표를 위원장으로 세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해 화재 관련 사실을 규명하는 한편, 재난 및 보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장애로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한다. 이번주 내 피해 신고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멜론은 이용권 보유 고객에 사용기간 3일을 연장하기로 했다. 결제일 변경이 어려운 경우 멜론 캐시 1500원을 지급한다. 카카오웹툰은 장애 기간 대여 중인 회차, 만료된 회차 열람 기한을 72시간 연장한다. 이 기간 만료된 캐시도 재지급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또한 교환권 유효기간 자동 연장 처리를 지원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제 시간에 반납하지 못한 킥보드 등에 대해 초과 요금을 받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등 유료 서비스에 대해선 장애 발생 때 이용자에게 보상한다고 약관에 명시됐다. 하지만,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서비스 경우 이용자 보상 근거가 없다. 카카오 계정과 연계된 쇼핑몰 등 파트너사 및 중소상공인 채널‧앱, 카카오T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에서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과거 KT는 아현국사 화재 때 통신장애로 인해 카드결제기 먹통 등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보상한 바 있다. 하지만, 플랫폼사 장애에 대한 피해보상 선례가 없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보상 규모에 따라 화재 책임이 있는 SK C&C와 분쟁할 소지도 점쳐진다.

홍은택 대표는 “현재는 장애 복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피해규모와 범위를 조사해 충분히 보상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 난타전 ‘카카오 국감’ 예고, 법‧규제로 파장 커질라=이처럼 전례 없는 사태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16일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위해 정부부처에 노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 중심의 상황실을 장관 주재로 격상해 지휘하는 한편, 사고 예방 방안 및 사고 발생 때 보고‧조치 제도 마련도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사진>은 지난 16일 SK C&C 판교데이터센터를 찾아 책임을 통감하고 필요한 제도적 기술적 방안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데이터센터 현장에 긴급 방문했다.

사실상 이들은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네이버 최수연 대표 ▲SK C&C 박성하 대표 등은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방안을 잠정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소환을 요구했으나, 여야 이견을 좁혀야 해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국회나 국민들도 이번 장애로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라며 “이에 이번국감때 김범수 의장을 비롯해 필요한 증인들을 종합국감 때 소환할테니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해명하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 시선까지 쏠리면서 법‧제도 개편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최악의 통신대란으로 기록된 KT 아현화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는 재난관리 대상에 민간 데이터센터를 포함시켰다. 데이터센터도 재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봤으나, 인터넷 업계는 정보통신망법과의 법체계를 지적하며 과도한 중복규제라고 반발했다. 이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우려했던 데이터센터발 인터넷 서비스 대란이 발생한 만큼, 해당 법안이 재조명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와 함께 야당에서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을 다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당시 추진했던 법‧규제 방향이었으나, 윤석열정부 들어서 자율규제로 선회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체계의 허술함과 문제점도 따져볼 일”이라며 “코로나19로 삶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된 것에 비해, 관련 정책이나 규율은 속도를 뒤따르지 못했다. 안정성‧보안성 등 온라인 플랫폼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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