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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AI 반도체·장비 통제 강화…韓 생태계, ‘나비효과’ 불가피 [IT클로즈업]

- 화웨이 제재 때도 세계 반도체 생태계 ‘출렁’
- AI·슈퍼컴퓨팅 반도체 위축, 파운드리·메모리 수요 축소 유발
- 반도체 장비 규제, 삼성·SK 중국 증설 불확실성 확대
- 중국 외 시장 경쟁 심화…韓 AI 반도체 육성도 여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이 중국 ‘기업’ 견제에서 ‘산업’ 견제로 전략을 바꿨다. 인공지능(AI) 등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통제에 나섰다. 세계 기업의 데이터센터용 시스템반도체 중국 판매를 미국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중국 공급도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영향이 불가피하다.

7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장비 중국 수출통제 강화조치를 관보에 게재했다.

반도체 통제는 AI와 슈퍼컴퓨팅 등에 활용하는 시스템반도체 공급 중단에 초점을 맞췄다.

▲300테라플롭스(TFLOPS, 1초에 1조번 연산) 및 데이터 입출력속도 초당 600기가바이트(GB/S) 이상 첨단 반도체 ▲100TFLOPS 이상 슈퍼컴퓨터용 모든 제품 ▲우려 거래자(Entity List) 등재 중국 28개 반도체·슈퍼컴퓨터 관련 기업 수출용 모든 제품은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미국이 아닌 제3국 생산 제품 포함이다. 21일부터 시행한다.

반도체 장비 제재는 이날 바로 발효했다. 예상보다 강력했다. 생산 목적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핀펫(FinFET) 구조 또는 14/16나노미터(nm) 이아 반도체 ▲D램 18nm 이하 ▲낸드플래시 128단 이상 등을 생산할 목적으로 미국 반도체 장비 등 수출통제 품목을 중국에 팔 때 미국 정부가 심사키로 했다.

중국에 생산시설(팹)이 있는 외국 기업도 해당한다. 중국 기업은 거부가 원칙이지만 외국 기업은 사안별 심사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우리 산업계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예측했다.

산업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고 사전 정보공유가 있었다”라며 “별도 예외적 허가절차 도입과 현재 운영 중인 공장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장비 안정적 공급을 보장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과 유사하다. 실효성 없는 수사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다. 중국 진출 업체가 당장 생산 차질이 있는지 없는지보다 국내 산업 전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반도체 통제는 사실상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대부분 고성능컴퓨팅(HPC)에 활용하는 모든 시스템반도체가 해당한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판매 감소는 정해진 수순이다. 엔비디아 AMD 등 GPU 업체가 먼저 충격을 입었지만 인텔 등 다른 업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도 영향이 있다. 중국 팹리스의 NPU와 AP 등 계약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첫 3나노미터(nm) 공정 고객은 중국 AI 반도체 업체다.TSMC 등과 첨단 공정 고객사 유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피해가 유력하다. 시스템반도체 소비 감소는 서버 등 완제품 수요 축소를 유발한다. D램과 낸드플래시 필요도 그만큼 줄어든다. 메모리 업계 겨울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수출 규제 본격화 때도 화웨이 자회사 팹리스 하이실리콘 직접 규제 전부터 ▲시스템 ▲파운드리 ▲메모리 시장이 출렁였다.

또 중국의 AI용 시스템반도체 구매 중단은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도 악재다. 갈 곳을 잃은 AI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 저가로 풀리면 태동 단계인 우리나라 AI 반도체는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삼성전자보다는 SK하이닉스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메모리는 장치 산업이다. 적기 투자를 못하면 경쟁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낸드와 패키징 등 팹이 중국에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낸드 팹 2단계 투자를 완료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D램 ▲낸드 ▲파운드리 등 팹을 운영한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국내만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했다. EUV 장비는 10nm급 공정에 필수다. 낸드는 작년 인텔 관련 사업을 인수했다. 인텔은 중국에 낸드 팹이 있다.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작년 거점을 중국으로 옮겼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신규 투자 고심이 늘었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도 ‘노력’과 ‘협의’를 강조했다.

산업부는 “미국 상무부 설명회와 60일 의견수렴 절차 등에 적극 참여해 우리 업계 의견을 추가 개진하고 관련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수출통제 워킹그룹’을 개최해 사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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