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협, 플랫폼 자율규제의 답을 찾다 세미나 개최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국내 플랫폼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산업 전 분야에 대한 자율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이 다양한 시각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모델이 없는 상태다. 이에 학계는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 현실에 적합한 자율규제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1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디지털규제혁신포럼이 공동 개최한 ‘플랫폼 자율규제의 답을 찾다’ 세미나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루비홀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돼 온 자율규제 논의를 종합하고, 해당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합리적 자율규제, 플랫폼 특성 고려한 정의에서 시작”=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산업 특성에 따른 합리적 규제정책 추진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계 교수는 규제정책 입안의 출발점은 ‘플랫폼 정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플랫폼 규제의 경우, 그 대상이 되는 플랫폼 개념을 단편적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게 분류된다”면서 “심지어 이들 플랫폼 간 상호작용과 융합이 다시 일어나므로 대상 특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계 교수는 “규제 대상 선정에 대한 정책적, 법리적 개선이 요구된다”며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어떤 유형, 요건에 따라 지정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플랫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규제 필요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 규제 대상 및 대상행위 등의 확정과 요건 설정, 규제 수단 실효성과 비례성 파악 등 선제적인 논의사항이 충분히 진전돼야 한다는 의미다. 계 교수는 “자율규제를 통해 플랫폼 시장에 필요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자기집행해 규제 필요성과 가능성, 플랫폼 시장의 기능합리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획일적 자율규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유럽연합의 온라인 플랫폼 공동규제’와 ‘프랑스의 민관합동협의체형 자율규제’, ‘미국의 독립기구형 자율규제’ 등 해외 자율규제 사례를 소개하며 “이들의 자율규제 방안을 국내 기업들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 교수는 “해외 자율규제는 각 산업 영역 특징과 해당 법제 규제 환경에 맞춰 특유 목적을 가지고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식 자율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내 플랫폼 산업 현황과 특징을 고려해 각 플랫폼 성격과 유형에 적합한 자발적인 자율규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자율규제 모델 구축 방안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유연한 규제체계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자율규제는 지속해서 변화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률적인 자율규제 거버넌스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자율규제기구는 산업계 주도 설치형으로”=김현경 서울과기대 융합미디어콘텐츠정책전공 교수는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기구에 초점을 맞춰 발제를 진행했다. 자율규제기구는 집단적 방식으로 규범이나 원칙을 제정함으로써 일정한 산업을 스스로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를 말한다.
김 교수는 자율규제기구 설치를 위해 ▲변화와 이동, 혁신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융통성·유연성 확보 ▲전산업 관련성에 비롯된 갈등 해결 능력 ▲탈영토성에 기반한 글로벌 지향성 ▲자율규제기구 집행력과 실효성 담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바람직한 자율규제기구 유형으로는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를 꼽았다. 해당 유형 기구는 반드시 법정 기구일 필요가 없어 그 법적 기반 역시 정부가 자율규제를 지원할 수 있는 일반적 규정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김 교수는 “산업계 스스로 자율규제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므로 자율규제기구 구성・운영, 자율규약 제정 절차, 방법, 주기적 검토, 집행 및 규약준수 모니터링 등에 대한 사항을 자율규제기구 내부규정으로 꼼꼼히 정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와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앞서 발제자들이 내놓은 주장과 제안에 공감했다.
윤 교수는 “민관이 함께 규제를 설계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무엇보다 산업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글로벌한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할 수 있는 규제 방식의 자율 규제를 정부가 고민하고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서 김 교수가 제시한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사무국장은 “엔데믹 전환 이후 플랫폼 사업자,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업계 이해관계자들 상황이 변화한 데다 플랫폼 기업은 사회적 이슈가 된 부분에 대해 개선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는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먼저 업계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율규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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