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폭스바겐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지분 투자, 합작사(JV) 설립, 자체 생산라인 구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은 물론 소재 및 장비 회사와 협업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직간접적으로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논의 중이다.
현재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 궈쉬안 등 배터리 협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과 공동으로 생산라인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스볼트와는 유럽 전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한 상태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국내 소부장 간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1기 라인에 중국 리드차이나 설비를 주로 썼다면 2기 라인부터는 하나기술 씨아이에스 제일엠앤에스 원익피앤이 등 우리나라 회사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의 국내외 공장 설립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한국 소부장 노하우와 경험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며 “유럽에는 신생 업체가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배터리 라인을 마련하려면 국내 협력사와 손잡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직접 배터리를 조달할 방침이다. 독일과 미국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인데 리드차이나, 잉허커지 등 중국 장비사가 우선 협상대상으로 전해진다. 다만 생산능력(캐파)과 성능 등을 고려해 국내 업체들과도 지속 접촉 중이다. 프랑스 ACC, 영국 브리티시볼트, 노르웨이 프레이어 등이 한국산 설비를 적극 도입하고 있어 폭스바겐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양극재 등 핵심 소재 분야에서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특정 업체와는 수차례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상당 부분 진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음극재 원료인 동박을 제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는 폭스바겐이 스페인 정부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폭스바겐이 스페인 발렌시아에 세울 배터리 기가팩토리에 일진머티리얼즈 동박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거래처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과 동맹도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유럽과 중국 위주로 전기차 사업을 확장해온 폭스바겐은 북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차원에서 캐나다 정부와 광물 부문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테네시주 공장 내 전기차 ‘ID.4’ 생산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북미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양산 시설을 신설할 계획이다. 북미에서 CATL, 궈쉬안 등 중국 기업과 거래가 제한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미국 증설에 집중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현지 JV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