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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갈 길 바쁜 K-반도체, 발목잡는 정부와 국회

- 진척 없는 반도체 클러스터·특별법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들은 관련 수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말 그대로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

업황과 별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을 열었다. 오는 2028년까지 20조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화성캠퍼스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에 반도체 연구 기지를 짓기로 했다.

최근에는 평택캠퍼스 4라인(P4) 착공을 위한 기초공사에 돌입했다. 지난 7월 3라인(P3) 본격 가동 전후로 다음 공장 준비에 나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M15X(eXetension)를 착공할 예정이다. 기존 M15의 확장 팹이다. 인근에 설립하려던 M17도 시장 상황에 따라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양사는 내년까지는 반도체 산업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일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은 “내년까지 뚜렷하게 좋아질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투자를 단행하는 건 메모리 반등을 대비한 선제적 대비다. SK하이닉스는 M15X 계획을 공개하면서 2024년부터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시점에서 아쉬운 지점은 정부와 국회 태도다. 국내 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에 맞춰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3년째 착공식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단지에 공급할 공업용수 관로 설치에 대해 여주시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데다 지장물 및 문화재 조사 등도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SK하이닉스의 산단 내 첫 번째 팹 일정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통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기회를 빼앗긴 사례도 드러났다. 러몬도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던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를 잘 설득했다”고 전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결국 미국 텍사스주에 신공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반면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계류 중이다. 지난달 4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가 7월15일까지 나온 법안을 심사 대상으로 정해 반도체 특별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에 패스트트랙 등 예외 적용을 주장했으나 더불어민주당에서 난색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미·중 분쟁 심화, 러·우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한국 경제에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가운데 분주한 기업들과 대조적인 정부와 국회 늑장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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