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상무장관,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韓 대신 美 투자 설득” - 반도체법 지원 기업, 中 투자 10년 제한…위반시 ‘환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이 반도체 생태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사를 노골화했다. ‘동맹’이 아니라 ‘미국’이 중요하다고 재확인했다. 한국 공장을 세우려던 대만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를 미국 공장을 투자하도록 돌린 것을 예로 들었다.
6일(현지시각)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웨이퍼스 미국 투자 유치 뒷얘기를 공개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글로벌웨이퍼스가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 했지만 자신의 설득으로 미국에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웨이퍼스 도리스 수 최고경영자(CEO)가 건설비가 3분의 1 수준인 한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계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라고 전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다. 웨이퍼는 반도체 기본 소재다.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주에 50억달러(약 6조920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글로벌웨이퍼스가 미국에 생산설비를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인치(300mm) 웨이퍼를 제조한다. 월 생산능력(캐파)은 120만장이 목표다.
이날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CSA)’ 시행안을 공개했다. 반도체 지원에 총 500억달러를 투입한다. 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 등에 380억달러를 지원한다. 연구개발(R&D) 등에도 110억달러를 배분했다. 2023년 2월 지원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원금을 받은 업체는 10년 동안 중국 투자에 제한이 따른다.
레이몬도 장관은 “이 펀드는 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이 지원금에는 분명한 가드레일이 있으며 제 시간에 프로젝트를 완료하지 않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환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 관련 이번 지원금을 받을 경우 향후 중국 투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와 반도체 후공정 생산시설 일부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생산시설 일부가 중국에 있다.
레이몬도 장관은 “중국 투자를 사례별로 다루겠지만 이번 법안의 첫번째 목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훼손할 수 있는 어떤 거래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와 반도체 업계 셈법이 복잡해졌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은 ‘기술’ 중국은 ‘시장’의 큰 손이다. 미국 기술과 장비가 없으면 R&D 및 제조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 중국 시장이 없으면 규모의 경제를 지탱하기 힘들다. 한쪽을 선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태계 강화와 일자리 창출도 지속해야 한다. 해외 투자 확장은 국내 투자 감소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