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매시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핵심 고려사항이다. 이 숫자가 높다는 것은 전기차 연비가 좋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재충전을 위한 번거로움도 줄여준다는 의미다.
당연히 같은 값이라면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높은 차가 좋은 차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능력은 단순히 배터리의 성능에만 좌우하지 않는다. 배터리 성능외에도 차량 주행시 공기저항, 차체의 무게(경량화) 등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전기 충전 비용의 인상이 예상되면서 전기차의 공기저항 정도를 나타내는 공력 계수인 Cd(Drag Coefficient)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 수치가 낮을수도록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차라는 뜻이다.
다만 문제는 이를 낮추려고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회피하려다보니 차량의 디자인(외관)들이 거의 엇비슷하게 닮아 간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신형 세단 EV ‘아이오닉6’ 모델을 공개했을때 포르쉐의 외관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적지않았는데, 공기 저항을 고려한 결과라면 수긍이 갈만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를 출시하면서 Cd가 0.21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치는 역대 현대차 모델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세계 주요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아이오닉6의 경우, 53.0kWh와 77.4kWh 등 두 가지 배터리 팩을 지원한다. 77.4kWh 배터리 팩의 경우 완충시 주행거리는 524km 수준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같은 자동차의 공력 성능은 동력성능, 연료(전기에너지) 소비 효율, 주행 안정성, 주행 소음(풍절음) 등에 결정된다.
‘아이오닉 6’의 경우, 주변의 공기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리어 스포일러,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휠 에어커튼 등 다양한 공력 분야 기술이 적용됐다.
참고로 ‘리어 스포일러’(Rear Spoiler)란 공기저항을 의미하는 항력과 차량이 위로 뜨는 힘인 양력을 동시에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또 측면부에 적용된 윙렛(Winglet)은 비행기 날개 끝단에서 위로 접혀 있는 형상을 차용해 반대 방향으로 적용한 기술로 차량 측면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효과적으로 정리해준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1월, 신형 전기차 ‘비전 EQXX’가 1회 충전만으로 1000Km이상 떨어진 거리를 성공적으로 주파하는 시운전을 진행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벤츠는 독일 서남부의 진델핑겐(Sindelfingen)에서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코트다쥐르까지 1회 충전만으로 약 1000Km를 주행했다. ‘비전 EQXX’는 11시간 30분간 주행하는 동안 100km당 8.7kW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이같은 놀라운 주행거리와 관련, ‘압도적 수준의 공기역학’기술이 차량의 디자인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벤츠측은 밝혔다. 실제로 '비전 EQXX'는 0.17Cd의 공기저항계수를 보였는데, 이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벤츠측은 이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 제품 라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지난 12월, 중국의 전기차회사인 니오는 테슬라 '모델3'와 경쟁하기위해 놓은 ET5 세단을 공개하면서 1회 충전시 1000Km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후 성능에 대한 정확한 숫자가 별도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전기차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1회 충전시 1만Km도 주행할 날도 오겠지만, 현재로선 1000Km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현재 전기차의 진화 속도에 비춰 봤을때 1000Km은 넘지 못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차세대 전기차’의 성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만 배터리 기술 못지않게 공기저항을 회피하는 디자인 기술 또한 필수적이며 그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