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산업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관련 지원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정은 제정 당시 미비했던 부분을 개정안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다. 문제는 핵심 프로젝트로 꼽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다. 정부가 의지를 보이는 것과 별개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 특별법)’이 4일 본격 시행된다고 밝혔다.
오는 9~10월 중 국가첨단전략기술을 1차로 지정하고 특화단지 및 특성화대학 지정 절차·요건 등을 고시하는 등 첨단산업 투자·인력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화단지 지정 ▲기반시설 지원 ▲핵심규제 완화 등이 골자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개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무총리 소속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 첨단산업단지 조성 권한을 부여하면서 관련 인·허가 시한을 기존 30일에서 15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도 및 전기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해야 할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및 면제대상이 될 수 있도록 면제 논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가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개정안이다.
정작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재차 늦어질 위기다.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에 마련될 클러스터는 기반 인프라 1조7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 등 122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다. 산단 내 4개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는 2018년 설립된 용인일반산업단지(SPC)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듬해 정부합동으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화했다.
기대와 달리 속도는 더디다. 약 3년 반이 지나서도 본공사가 시작되지 못했다. SPC가 토지 70% 이상을 확보하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펜스 설치 등 기초 공사에 돌입했으나 지난 7월 열려야 했던 착공식이 돌연 취소됐다. 대외적으로는 날씨가 이유로 꼽혔으나 업계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슈가 발생했다. 산단 내 공급할 공업용수 관로 설치에 대해 여주시에서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당초 여주시는 관로가 지나가는 4개 마을 주민들을 수개월 동안 설득하면서 상생협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6월1일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충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시장은 관련 내용을 백지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주시의회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용수관로는 여주에서 이천, 용인 등으로 이어진다. 여주시는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 산단이 설립되는 용인과 달리 여주가 얻는 이득이 없다’는 이유에서 부정적 의견을 냈다는 후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 용수시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지난 3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지자체 결정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당장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 절차도 아직이다. 토지 보상률은 72%로 강제수용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주민은 보상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장물 및 문화재 조사도 제자리걸음이다. 앞선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전반적인 일정이 순연되는 상황이다.
산단 내 가장 큰 투자를 단행하는 SK하이닉스는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분위기다. SPC가 주체인 만큼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데다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산단에 2025년 첫 번째 팹을 착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면 2027년 가동 예정이지만 산단 조성 단계에서 차질이 빚으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이 자꾸 미뤄지는 게 안타깝다”며 “정부에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