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용수시설 설치에 긍정적이던 여주시가 입장을 돌연 변경한 탓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만큼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 용수시설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2월 조성 계획이 발표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반 인프라 1조7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 등 122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다. 산단 내 4개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약 3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본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등 절차가 길어지면서 산단 구축에 속도가 붙지 못했다. 추가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나 용인일반산업단지(SPC)가 토지 70% 이상을 확보하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펜스 설치 등 기초 공사가 시작됐다.
정리가 돼가는 상황에서 최근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여주시는 산단에 공급할 공업용수 관로 설치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앞서 여주시는 관로가 지나가는 4개 마을 주민들을 수개월 동안 설득하면서 상생협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6월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충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시장은 관련 내용을 백지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의회까지 동참했다.
용수관로는 여주에서 이천, 용인 등으로 이어진다. 여주시는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 산단이 설립되는 용인과 달리 여주가 얻는 이득이 없다’는 명분에서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와 반도체 업계 등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은 물론 이 시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기조와는 상반되는 움직임으로 당정의 반도체 정책 수립에 엇박자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항진 전 여주시장이 적극적으로 산단을 지원한 것과 대비되기도 한다.
이에 산업부는 여주시와 협의 등 남은 인허가 절차의 조속한 마무리를 지원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산업부 최우석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인허가 문제로 용인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과도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여주시와 상생 방안 등 인허가 관련 쟁점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