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DB하이텍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반도체 회사는 크게 3개로 분류된다. ▲팹리스 ▲파운드리 ▲종합반도체기업(IDM) 등이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는 구조다. IDM은 두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곳이다.
메모리 제조사는 대부분 IDM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위주로 품목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여서 한 회사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후공정 일부는 협력사에 맡기기도 하지만 80~90%를 자체 해결한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교류가 활발한 부문은 시스템반도체다. 메모리를 제외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앙처리장치(CPU), 전력관리칩(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이미지센서 등 모든 반도체를 일컫는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대한 분야를 특정 회사가 일임하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역할 분담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고 공정 미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된 이유에서다.
팹리스가 IDM보다는 파운드리와 협업하기를 선호하는 점도 한몫했다. IDM은 협력사이자 경쟁사인 만큼 설계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영향이다. 이러한 추세는 순수 파운드리로 불리는 대만 TSMC 위상을 높였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는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글로벌 팹리스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 DB하이텍의 고민이 파생된다. 현재 DB하이텍은 8인치(200mm)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코로나19 국면 들어 구식으로 꼽힌 8인치 생산라인이 반등하면서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12인치(300mm) 반도체로 전환하지 않으면 파운드리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12인치 라인 투자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데다 신규 장비가 사실상 제작되지 않는 8인치 생산능력 확대가 어려운 점도 고려 요소다.
새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브랜드 사업부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외주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원인으로 해당 사업을 키우기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설계 부문을 떼어내 신규 고객사 유치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파운드리는 브랜드 사업부 대신 다른 파트너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DB하이텍은 독립법인을 통해 DDI 외 PMIC, MCU 등으로 설계 범위를 넓혀갈 전망이다. 브랜드 사업부 분사는 기업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