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이 지난해 11월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테슬라의 대항마’라고 불렸던 이유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세단과 SUV 중심의 테슬라와 픽업 중심의 리비안은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맞대결 상대가 아니다. 내년에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출시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테슬라의 대항마’라는 표현은 리비안도 테슬라만큼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2의 테슬라’같은 종목이라는 의미였다. 상장 당시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도 20억 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를 투자할만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리비안의 주가를 본다면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지난해 11월 상장 시점과 비교해 현재 주가는 거의 70% 가까이 폭락했다. 차량용 반도체 및 부품 등 공급망 문제로 인한 원가 급등, 미국의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리비안의 주가 급락은 2대 주주(지분율 17.74%)인 아마존에도 불똥이 튀었다. 아마존은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7% 증가한 1164억 달러의 매출을 거뒀지만 리비안 지분 평가손때문에 38억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리비안의 주가가 지금 수준이라면 2분기 실적에도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금씩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투자금융사 웨드부쉬(Wedbush)는 지난 8일(현지시간)의 기존 리비안의 목표주가를 기존 30달러에서 40달러로 25% 상향 조정했다. 투자의견도 ‘매우 뛰어남’(Out Perform)로 상향 조정했다.
웨드부쉬는 '리비안이 힘을 모으면서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러한 호평을 이끌어낸 근거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이다. 이 기간 리비안은 4401대를 생산하고 4467대를 납품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리비안의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리비안은 당초 약속한대로 올해 2만5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로선 이 목표치를 달성할수도 있고 못할수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올 하반기의 생산 및 판매 추세다.
이와관련 월가에선 2023년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리비안 전기 픽업에 대한 사전 예약에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웨드부쉬는 “2023년이 포드 자동차와 함께 EV 픽업 시장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소한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을 것이란 예상이다.
◆전기차 시장 전체 반등의 모멘텀 될 수 있을까
한편 이같은 리비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의 주가 반등을 이끌어 내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아직까지는 미국 및 북미 시장에 특화된 전기 픽업을 주력으로 하는 리비안의 사례로 전체 시장을 일반화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도시 봉쇄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고하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자동차여객협회(CPCA)에 따르면, 6월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는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192만6000대이며, 이 중 전기차는 54만6000대 수준이었다. 이 역시 전년동기대비 130% 증가한 수치다.
개별 전기차 기업들의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올 상반기 테슬라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비야디가 세계 1위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중국 내수 판매가 많아 생긴 현상이긴 하지만 전기차 시장도 점차 레드오션화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올해 상반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판매 기업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비야디는 올 상반기에 64만1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300% 이상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고, 반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의 폐쇄 여파로 같은 기간 56만40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