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총기 피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은 각 정파를 떠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베 전 총리의 쾌유 기원과 함께 테러를 규탄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는 한·중·일 3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물론 관련 뉴스를 전하는 SNS나 온라인 뉴스에 달린 댓글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테러는 안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날 선 반응들, 그리고 한편으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반응들도 눈에 띤다.
총격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직후 '용의자의 국적을 정확하게 공개하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는 한국인을 포함해 제3국인의 소행으로 보는 일본 극우 또는 혐한주의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관동대지진(1923년9월) 당시 일본 내부의 문제를 한국인 등 애꿎은 제3자에게로 화살을 돌렸던 역사적 트라우마가 소환돼 섬뜩하다. 물론 이번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41세의 전 해상 자위대원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재일' 추정은 다소 잠잠해 졌다.
반면 한국 네티즌들은 이번 총격 사태를 계기로 일본이 더욱 극우화, 개헌을 통한 군사 대국화를 지향하지 않을까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사태가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압승하게 된다면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이와함께 3년전 그의 총리 재임시절, 일본의 기습적인 경제규제가 발효됨으로써 한-일 관계가 급랭했던 것도 소환됐다.
한편 대만인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아베 전 총리의 인스타그램에 "'대만 축하' 같은 댓글은 다 중국인들이 쓰고 있다. 대만인을 속여서 일본과 대만관계를 망치는 중국인은 최악"이라는 글을 적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일부가 아베 전 총리의 인스타그램에 총격 소식을 드러내놓고 비꼬자 대만인이 발끈한 것이다. 이 또한 '난징 대학살'(1937년) 등 중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대만 3국이 근대사로 얽혀있는, 아직 아물지 않은 역사의 편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