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부당이득이든 상인의 보수 청구권이든 모두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상호접속기준 고시에 보면 망 설치에 관한 통신료는 통신망 이용대가라고 명확히 나와 있다. 망이 유상이라는 걸 우리 법이 밝히고 있는 것.” (SK브로드밴드)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는 양측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법적 근거 유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게 넷플릭스 주장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 주장이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하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음으로써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차 변론에서는 상법 제61조(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 이에 대해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를 인용해 ‘상인의 보수 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최종)이용자로부터 원하는 콘텐츠를 전송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는 사업자”라며 자신들은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전 세계 상인(ISP) 99.9996%가 비용 정산 없이 망을 연결하고 있는데, SK브로드밴드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핵심 업무에 대해 돈을 못 받았다고 상인의 보수를 청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넷플릭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전기통신사업법 제39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상호접속을 요구할 때 ‘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여기에 대해 고시로 고지한다고 돼 있다”면서 “그 고시가 바로 상호접속기준 고시”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가 언급한 상호접속기준 고시에 따르면 인터넷 직접접속(피어링·peering)시 접속통신료는 동일 계위(티어) 사업자간일 경우 “상호정산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는 ‘피어링’ 방식으로 망을 연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행정법 성격을 가지는 현행 고시상으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정산을 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접속통신료는 동일 계위간에 상호정산이 원칙이며 망이 유상이라는 걸 우리 법이 밝히고 있는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국적 불명의 상호무정산(빌앤킵·Bill and Keep)은 의미가 없고 우리 법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 ‘OCA’로 망 이용대가를 대신할 수 있다며 암묵적인 무정산을 합의한 ‘빌앤킵’이 성립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박이다.
넷플릭스가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짚었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OCA 또한 일종의 통신망이라며 자신들이 사실상 ISP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ISP와 ISP간 상호무정산 관행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ISP)를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송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 이외 사업자를 말하며 CP가 통상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 넷플릭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고,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애초에 CP는 통신사와 합의를 통해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라 돼 있다”면서 “그런데 CP가 ISP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은 참 무리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