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물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물을 직접 옮기는 사업은 아니다. 물류센터를 보유 중인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3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LaaS 온 2022’를 개최,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생태계 플랫폼, 카카오 i LaaS를 공식 출범을 알렸다.
LaaS는 서비스형 물류(Logistics as a Service)를 뜻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기존의 구축 형태의 소프트웨어(SW)가 아니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카카오 i LaaS의 핵심 골자다.
전통적인 물류 사업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쟁사가 아닌 고객이다.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삼성전자나 TSMC의 파운드리 사업과 닮은 꼴이다. 레거시 SW를 사용 중인 물류 사업자를 대상으로 AI 및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뤄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역할이다.
삼성전자보다는 TSMC와 같은 구조다. 파운드리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설계도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로, 파운드리에만 집중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역시 직접 물류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확답했다. 물류 사업의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의 위치에 있겠다는 방침이다.
김원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aaS 사업 본부장은 “물류 사업자는 대부분 물류관리시스템(WMS)라는 SW를 사용하고 있는데, 10여년 전에 설치했던 것을 아직도 사용중인 곳이 많다. 그간 새로운 채널과 비즈니스를 위해 누더기처럼 기워왔는데, 다시금 구축형 솔루션을 설치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많은 부담”이라며 “우리가 갖고 있는 AI 기술과 아이디어를, 물류 사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사(물류 사업자)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물업체와 물류센터를 연결하고, 판매와 주문, 창고관리까지 통합 제공하겠다는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그리는 물류 생태계가 구현될 경우 화주는 매칭 서비스를 통해 최적의 물류센터를 사용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는 데 더해 주문부터 창고, 재고관리, 배송 등 물류 전 단계에 대한 가시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류 사업자는 유휴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기존에 비워둬야 했던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이 가능하다는 것이 카카오엔터프라즈 측 설명이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행사에서 블랙야크 물류센터 사례를 언급했다. 전통적인 물류 기업 다수가 대도시의 좋은 입지에 물류센터가 있지만 이커머스의 활성화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카카오 i LaaS 플랫폼을 통해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카오 i LaaS의 닮은꼴을 찾자면, 물류계의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가 유휴 공간과 그 공간을 빌리고자 하는 이들을 연결하듯,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유휴 물류센터와 이를 이용코자 하는 화주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임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aaS 부문 L사업전략팀장은 “같은 데이터가 들어오더라도, 나올 때 데이터는 다를 수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i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갖고 있기에 같은 데이터라 하더라도 보다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며 “향후 보다 많은 분들이 카카오 i LaaS 플랫폼에서 여러 솔루션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태 본부장은 “궁극적으로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류 생태계를 최적화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