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 논란이 첨예하다. 정부 결정에 따라 통신사 자회사들이 영업중단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업계 모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간 이해관계 충돌은 물론 정부와 국회에서도 시각이 엇갈리는 판이다. 무엇보다 이를 조율해야 할 정부 스스로 뚜렷한 정책목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 정부, 통신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 추진
29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4년 대형 통신사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통신사 자회사 합산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2월 기준 통신3사 자회사 합산점유율은 IoT회선 제외 53.7%에 이르렀다. 정부 결정에 따라 이들 자회사가 신규가입자 모집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점유율 산정시 IoT회선을 포함하게 되면 합산 점유율은 31.4%로 내려간다. 정부는 이 IoT회선 포함 여부에 대해 아직 결론 내리지 못했다.
◆ 사업자 의견 대립에 정부는 논의만 반년째
정부 차원의 통신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이 공식화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11월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을 때다. 당시 참석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 자회사로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 됐다.
하지만 이후 반 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도록 논의의 진척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3사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이 필요하다는 방향성 아래 사업자들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업계 안팎에선 과기정통부에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애를 먹고 있는 배경에는 통신사들간 극명한 입장차가 있다.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을 놓고 SK텔레콤은 “정부 결정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찬성, LG유플러스는 그러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표면적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물론 본질적으로는 각기 다른 사정들이 있다. 현재 이동통신(MNO)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5G 위주의 고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데, 저ARPU인 알뜰폰(MVNO)에 가입자가 몰리면 무선시장에서의 지배력마저 균열이 생긴다. 그러니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 자체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알뜰폰 활성화를 통해 무선시장의 5:3:2(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 구도를 깨고 새로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KT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 정책목표 일관성 부족…원칙 분명히 할 때
전문가들은 그래서 과기정통부가 정책목표를 분명히 할 때라고 말한다. 사업자 의견대립에 따라 부화뇌동 하지 않으려면 공정경쟁과 시장 활성화 그리고 생태계 보호라는 각기 다른 정책목표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정부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정책 목적으로 한다면, 여태껏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통신사 자회사들의 점유율을 무작정 제한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중소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점유율 제한을 하되 신규 가입자가 중소 알뜰폰으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가는 혜택에 방점을 찍는다면 지나친 규제는 고객 만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알뜰폰 취지는 통신3사 외 제3 사업자들을 통해 가격 인하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점유율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현실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통신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통신사 자회사들 없이 알뜰폰 산업을 영위할 수 있을까 싶다”면서 “물론 통신사 과점체계를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면, 최소한 자회사 점유율 제한을 현행 50%에서 7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