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전수인 변호사] 20대 A씨는 수십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한정판 신발의 래플(Raffle, 응모 및 추첨을 통하여 당첨자에게만 구매 권한을 부여하는 판매 방식)에 당첨되었다. 그런데 이런, 이번 달 통장 잔고가 부족하다. 사회초년생인 A씨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A씨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한정판 신발 구매를 포기 해야하는 걸까. 지금, A씨가 필요한 것은 바로 BNPL이다.
BNPL 이란 ‘Buy Now, Pay Later’(선구매·후결제)의 약자로, 소비자가 가맹점으로부터 물건 등을 구매하면 BNPL 서비스 제공자가 그 대금을 가맹점에 먼저 지급하고, 소비자는 이후 BNPL 서비스 제공자에게 결제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결제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금 납부를 지체하면 소비자는 BNPL 서비스 제공자에게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거래의 형태가 신용카드와 유사하나, 카드 발급을 위하여 일정 소득과 신용 점수를 요구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BNPL은 신용 점수가 낮거나 계좌 잔고가 부족해도 일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소비자의 지갑에서 돈이 후불로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미리 현금을 지급하여 일정 금액을 충전한 후 그 충전 상당액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카카오페이머니, 네이버페이머니, 쿠페이머니 등)과 다르다.
BNPL은 Klarna가 전세계 최초로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Afterpay(현재 Block에 인수되었다), Affirm, Paypal 등의 회사를 필두로 하여 온라인 쇼핑 뿐만아니라 오프라인 쇼핑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결제 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결제 편의를 제공하고,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BNPL은 특히 금융 이력이 적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한편 신종 간편 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MZ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쿠팡(나중결제),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페이 후불결제)에서 BNPL서비스를 이미 시행 또는 시범 운영 중에 있으며, NHN페이코도 신한은행과 협업하여 BNPL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발표하였다. 또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종합지급결제사업자’제도 도입을 예정하면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하여금 재화 또는 용역의 대가의 지급을 위하여 하는 업무로서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충전잔액이 부족한 경우에 그 부족분에 대하여 전자금융업자 스스로의 신용으로 가맹점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는 업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개정안 제35조 제1항 제2호). 위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의 국내 BNPL 시장 진출이 활성화됨에 따라 시장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제공되는 BNPL 서비스는 한도가 제한적이고(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현재 최대 30만원), 분할납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외의 BNPL서비스와는 차이가 있지만, 향후 시장의 성장과 이용자의 증가에 따라 국내 BNPL서비스 제공범위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규 서비스의 성장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도 절실하다. BNPL은 서비스 가입 절차가 신용카드 보다 간소화되어 있지만, 그 실질이 ‘신용 거래’임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BNPL을 통한 소비자의 구매 행위 이면에는 종전의 신용카드 거래와 유사하게, 1) BNPL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사이의 서비스 이용계약, 2) BNPL 서비스 제공자와 가맹점 사이의 가맹계약, 3)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의 물품 구매계약이라는 3자 간의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기존의 신용카드 거래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신용카드 자체는 아니어서 여신금융업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법적 공백의 우려가 크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제35조 제5항 및 제6항을 통하여 후불결제업무에 대한 규제로서 후불결제가 가능한 총 한도를 개별적으로 제한하며, 금전의 대부나 융자를 금지하여 현행 신용카드업과 차별화를 꾀하는 등 서비스 제공자의 업무행위를 규제하고, 제49조 제5항 제9의3호에 소위 페이깡(후불결제업무로 재화 등을 구매토록 한 후 그 재화 등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행위를 통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쿠팡의 나중결제 서비스와 같이, 서비스제공자가 물건을 직매입하여 소비자에게 구매일 이후에 결제대금 지급을 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시장의 증대로 서비스 형태가 다양화되면 위 전자금융거래법개정안 만으로는 포섭되지 않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규제 개선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인식 제고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요구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BNPL이 신용 구매라는 점을 반드시 숙지하고 무분별한 거래로 인하여 지불능력을 넘는 채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