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안태규 변호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민사소송에서도 금전이 아닌 가상화폐에 대하여 반환, 인도를 구하는 청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다행히 상대방이 내가 청구하는 만큼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인도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즉 수시로 가치가 변하는 가상화폐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금전으로 환산할지가 문제된다.
통상 가상화폐의 반환 또는 인도 청구를 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코인 암호화폐 ○개를 인도하라.'는 청구와 더불어 가상화폐에 대한 집행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하여 '위 ○○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만 원을 지급하라.'라는 대상청구를 함께 하게 된다.
이 경우 대상청구 부분의 '○○만 원'은 당연히 반환청구하는 가상화폐의 환산가격에 해당하는데, 실시간으로 가격이 급변하는 가상화폐의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서 그 환산가격이 2배, 3배, 많게는 10배가 넘게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에서는 가상화폐의 집행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상청구에 따른 배상으로 해당 사건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한 가상화폐의 시가에 따른 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고, 대표적인 판결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0. 23. 선고 2017가단11429 판결이다. 판결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위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이행을 최고한 일자의 시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이행 최고 당시의 비트코인의 시세가 더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대상청구의 경우 그 대상 금액은 사실심 변론 종결 당시의 본래의 급부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며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뜻 생각해보면 불합리해 보일 수 있다. 원고가 피고에게 이행 청구하였을 때에 피고가 비트코인을 반환하였다면 원고는 바로 이를 처분하여 당시의 시세대로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청구는 본래적 급부, 즉 가상화폐의 인도에 대한 집행이 불능일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이러한 강제집행이 불능인지 여부는 판결 선고 이후의 장래(강제집행시)에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시점 중 가장 강제집행시와 근접한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대상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대상청구'의 성질로 보면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듯이 소송이라는 것이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짧게도 수개월, 길면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사실심 변론이 종결될 때 가상화폐 가격이 제발 오르기를 바라고, 반대로 채무자는 내려가기만을 바라면서 기도할 수 밖에 없다면 그야말로 코인반환소송은 복불복의 소송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위 부산지법 서부지원 판결에서는 피고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비트코인 1BTC당 600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가상화폐를 빌려주거나 할 경우, 이를 반환할 때에 가상화폐로 반환하지 못할 경우 가상화폐 1개당 얼마로 하여 반환하기로 적절한 환산금액을 정하여 약정하고, 후에 이를 증거로 제출한다면 이러한 약정대로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약정 없이 코인반환청구소송에서 가상화폐의 가격변동을 예측하여 소송을 지연한다던지, 아니면 애초에 소제기 시점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코인의 가격변동을 예측 가능하다면 이런 소송 때문에 고민하는 건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