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새정부 대통령실에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할 조직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강조한 데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의 경우 후보 당시 공약으로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을 내세운 전적도 있어 실망감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 직제와 인선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로서는 ‘2실 5수석’ 체제가 유력하다. 구체적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 2실, 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등 5수석 체제다.
이 가운데 ‘공동정부 파트너’인 안철수 위원장이 지난 23일 과학기술교육분과 보고에서 ‘과학교육수석비서관’ 신설을 건의하면서 윤 당선인의 최종 결론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에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2실 6수석’ 체제가 되겠지만, 당초 대통령실의 ‘슬림화’를 표방한 윤 당선인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효율적이고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고 싶어 해 신중하게 직제개편과 인사를 고려하고 있다”며 “(발표 시점을) 언제라고 못 박을수 없다”고 밝혔다.
과학·ICT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불안감마저 나온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과 디지털플랫폼 시대 일상경제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대통령 측근에서 이를 챙길 인사가 없다는 것은 크나큰 위기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기존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도 폐지될 것으로 알려져, ‘홀대론’까지 심심찮게 나오는 실정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인수위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것이기도 하다. 당초 인수위가 꾸려질 당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내 ICT 담당 실·국장이 인수위 파견 인사에서 배제됐다가, ‘인수위에 ICT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뒤늦게나마 자문위원 선에서 인력이 보강되기도 했다.
그간 관계부처간 잡음이 적잖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뚜렷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단 지적도 크다. 현재 과학·ICT 정책 담당은 과기정통부지만, 방송과 통신 영역에 있어 방송통신위원회와 업무를 나누고 있고, 또 디지털플랫폼 분야 공정경쟁 영역에선 공정거래위원회와 업무가 중첩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국내 과학 관련 5개 단체는 23일 ‘새정부 국정철학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워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대통령실 내에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전 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수석비서관 급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SW산업협회 등 국내 ICT 업계 17개 단체도 25일 “디지털혁신을 책임질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대통령실에) 설치해야 한다”는 호소문을 냈다. 호소문에선 “여러 분야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살리고 조율할 국가차원의 종합적 전략을 수립·실행할 수 있는 정부조직과 함께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과학기술부총리제 대신 ‘대통령직속 민관합동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비슷한 모델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예산권과 정책조정 권한이 없는 한계로 정부 임기 내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떠올리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속 위원회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