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올해 도입키로 한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 마련 협의회’, 일명 ‘라운드 테이블’을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방통위는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1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라운드 테이블 킥오프 미팅에 앞선 사전회의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는 라운드테이블 운영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관련 사업자들의 입장을 청취했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받는 콘텐츠 대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모으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빠르면 올 상반기 내 늦어도 연내 콘텐츠 대가산정 제도개선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지상파와 보도·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PP, 그리고 방통위는 불참하게 되면서 결국 ‘반쪽짜리’ 회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회의에는 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케이블TV 3개사(LG헬로비전·딜라이브·금강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CJ ENM에서 각 주요 임원들만 참석했다.
지상파·종편의 참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방송시장 재원이 순환되는 구조여서 그렇다. 현재 유료방송사들은 콘텐츠 대가로서 지상파 방송사에는 재송신료(CPS)를, 일반·종편 PP에는 프로그램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에 지상파·종편 수수료가 제외되면, 결국 또 다른 분쟁의 여지가 남는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사(SO), 홈쇼핑사를 포함한 일반 PP, 지상파와 보도·종편 PP가 모두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제안했다. 유료방송사와 일반 PP들도 지상파와 종편 PP의 참여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하지만 SO와 일반 PP는 과기정통부 소관, 지상파와 종편 PP는 방통위 소관으로 나눠져 업무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방통위는 그동안 지상파 CPS 관련 분쟁에 대해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적극 개입을 피해왔다. 지상파와 종편도 규제기관인 방통위 없이 과기정통부 주도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라운드테이블 사전회의에 앞서 방통위 측에 ‘같이 논의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를 전달했고, 방통위에서는 ‘살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방통위가 실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통위가 가급적 같이 했으면 좋겠지만, 같이 하지 않더라도 지상파·종편과는 관련 논의를 할 수 있게 양해해달라는 뜻을 전했다”면서도 “아직 방통위 측의 피드백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그러나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회의인 만큼 우리가 먼저 나서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면서 선을 그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라운드 테이블의 운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유료방송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모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지금 모수는 IPTV가 나오기도 전 지상파 CPS도 없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인 만큼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콘텐츠 대가를 논의하는데 지상파와 종편 수수료가 빠진다면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