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통신·미디어업계에서도 관심이 쏟아진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5G 전국망 고도화와 가짜뉴스 자율규제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5G 전국망 고도화·6G 세계표준 선도
윤 당선인의 통신 분야 공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통신비 절감 공약을 잇따라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기본요금 폐지와 선택약정할인 상향 등 통신비 관련 공약은 매 대선마다 나온 단골 주제지만, 윤 당선인은 이를 과감하게 제외시켰다.
이는 국가의 개입보다는 기업의 자율 경쟁을 강조하는 윤 당선인의 시장 원칙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이 자리잡으면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떨어진 이유도 있다. 다만 5G 품질에 반비례하는 고가 요금제 논란이 남아 있는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비 인하 대신 윤 당선인은 통신 인프라 확대와 기술 개발, 산업 연계에 주목했다. 관련해 가장 먼저 나온 공약은 ‘5G 전국망 고도화’다. 5G 품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단순히 기지국 총량을 늘리는 것보다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커버리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기본적으로 시장경쟁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위적인 통신비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요금 인하에 대한 부담이 없고 5G 전국망도 이미 빠르게 완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짜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이 외에도 ‘6G 세계표준 선도’와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 기술 육성’ 등도 약속했다. 5G보다 100배 빠른 6G 기술을 선점하는 한편,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서비스 가능한 5G MEC 기술을 적극 개발해 자율주행차·로봇 등 차세대 디바이스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세대별로 우리나라가 이동통신기술이 앞서나가곤 있지만, 6G의 경우 국가적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6G 연구개발(R&D)에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2030년경 6G 상용화가 예상됨에 따라 이미 미국·중국 등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패권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 가짜뉴스 자율규제·글로벌 OTT 육성
윤 당선인의 미디어 분야 공약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방송산업 규제는 완화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보장하되 가짜뉴스나 악의적 왜곡과 같은 문제는 자율 규제를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또 방송산업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을 제외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해온 언론중재법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에서 “현정부 들어 가짜뉴스 규제를 핑계로 비판 언론을 억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도가 커졌다”고 진단하며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담은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개악”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 추진해온 ‘팩트체크넷’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팩트체크넷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팩트체크넷 사업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라는 점을 들어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거나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방송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도 대폭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에서 기금운용과 지배구조 등을 현실화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현행법상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승인·재허가 절차의 공정성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성동규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 미디어정책특위 위원장은 “공영방송은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되 나머지 미디어 영역에서는 탈규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유료방송사들이 5년에 한번씩 받는 재허가 규제라든지 내용 심의·광고 심의 등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OTT의 경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OTT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가 OTT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가운데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과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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