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대선TF팀] 안녕하세요. 디지털데일리 대선TF팀입니다. 그동안 다가오는 대선에 앞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의 공약들을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기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기자들의 솔직담백한 생각을 전하기 위해 ‘백브리핑’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통신·방송(권하영 기자)과 반도체(김도현 기자), 소프트웨어(이종현 기자), 플랫폼(이안나 기자), 게임(왕진화 기자), 그리고 가상자산(박현영 기자)을 담당하는 각각의 기자들이 후보별 ICT 공약에 대해 가감없이 논해보겠습니다.
◆ ICO 허용 vs 규제, 뭐가 옳을까?
권하영 기자 : 첫 번째 주제는 2030세대에 가장 핫한 주제이기도 한, ‘가상자산공개(ICO) 규제’로 하면 어떨까요? 가상자산 담당 기자인 박현영 기자가 설명해주세요.
박현영 기자 : 일단 국내에서 ICO가 완전히 금지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정부에서 2017년 말에 ICO를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뒤에 그게 명문처럼 굳어졌어요. 그래서 가상자산을 발행하려는 블록체인 기업들은 싱가포르나 몰타에 법인을 설립해서 가상자산을 발행해왔어요. 그래서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허용하려면 스캠(사기) 프로젝트들이 난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이안나 기자 : 그렇지만 시장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스타트업들도 이제 스위스나 싱가포르 같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잖아요. 가상자산 개념이 모호하던 초창기와 다르게, 지금은 블록체인 선도 기업들이 코인·토큰을 발행해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도 하고요. 이런 흐름을 외면하고 ICO를 규제한다면, 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이점이 없을 거라고 봐요. 특히 세금이라든지 고용 창출과 같은 국부 유출이 더 심화될 거라고 봅니다.
이종현 기자 : 코인 발행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이 남은 상태라고 봐요.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스캠코인’이 대표적인 문제예요.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등장했던 오징어게임 코인이 등장했었는데, 해당 코인은 결국 사기였어요. 이를 샀던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요.
스캠이 아니더라도 최근 위메이드 같이, 자체 발행한 코인을 매도해서 기업 운영자금에 쓰는 사례도 사실 혁신이라고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비슷한 예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고점에서 스톡옵션을 행사해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결국 경영진이 사퇴까지 했잖아요. 위메이드의 경우는 카카오페이보다 더 안 좋아 보여요. ICO를 완전히 반대한다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선행과제가 너무 많다는 거죠.
박현영 기자 : ICO 허용은 투자자 보호법 제정과 동시에 가야 해요. 투자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고요. 거래소를 거쳐 첫 상장하는 IEO(가상자산 거래소공개)라든지, 그렇게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거래소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으니까요. 요건을 다 갖춰서 영업신고한 거래소들이 첫 상장할 수 있도록요.
◆ 돈 버는 P2E 게임, 어떻게 봐야 할까?
권하영 기자 : 좋습니다.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럼 두 번째 주제로 P2E(Play-to-Earn, 돈 버는 게임) 규제에 관해서 얘기를 해볼까요? 게임 담당 기자인 왕진화 기자가 설명을 해주세요.
왕진화 기자 : P2E는 현재 국내 서비스 허용이 금지돼 있어요. P2E라는 게 게임 내 아이템 가치를 외부에서도 인정해주는 건데, 규제 당국은 환전성이라든지 사행성 우려로 서비스를 막고 있어요. 대선 주자 간 시선도 엇갈립니다. 이재명 후보는 신기술 융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단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고요. 안철수 후보는 해외 사례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 윤석열 후보는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해요.
이종현 기자 : 우선 전 ‘게임으로 돈 번다’라는 P2E의 개념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고요. 저도 게임을 좋아하니까, 한국 게임 시장이 성장하려면 P2E라는 개념이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P2E를 반대하는 건, 일단 첫 번째로 현행법 위반이에요. 국내 게임법에서는 게임 재화를 현금으로 바꾸는 환금성을 막고 있고요.
또, 기존 게임에는 환금을 막으면서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에만 환금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요. 그러면 기존 게임도 환금 가능하도록 바꿔주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는데. 단순한 문제는 아니에요. 게임에서 현금결제를 하고,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장비를 맞추면, 이것들이 본인 소유라고 생각들 하죠. 근데 엄밀히 말하면 이용자는 게임사에게 계정을 임대받아 사용하는 개념이에요. 100억원짜리 캐릭터도 소유자는 게임사입니다. 환금을 하려면 계정이나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 문제부터 통째로 고쳐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궁극적으로, P2E가 게임사나 암호화폐 산업계에는 좋은 미래 먹거리가 될지언정 게이머에게는 ‘제2의 확률형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한국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는데, 기업 매출 증가와 달리 게임성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어요. 과격하게 말하는 분들은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산업을 망친 주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요.
박현영 기자 : 저는 현행법 위반이라도, 법을 만들어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만 수익화가 가능하고, 일반 게임이 수익화가 안 되는 건 형평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저는 모든 게임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나아가고 진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또 P2E로 게이머가 수익을 별로 얻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비관적으로 전망할 단계가 아니라 이미 수익을 얻는 게이머가 있기 때문에 그건 현실이에요. 우리나라에서 P2E가 금지되어 있다고 해도, 전 세계 P2E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엑시인피니티 같은 해외 게임을 다 VPN 써서 플레이하고 있거든요. 유튜브에 ‘엑시인피니티 시작하기’ 검색하면 동영상이 수 백개가 나와요. 어떤 게임은 한 달에 200~300만원씩 버는 사람도 있고, 이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거든요.
이 정도의 수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좋다고 보지만, 게이머에게 전혀 수익이 안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봅니다. 이미 수익 실현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요.
이종현 기자 : 시각의 차이가 있는데,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은 ‘게이머는 돈 못 벌고 게임사만 돈을 벌 것 같아서’가 아니에요.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게이머 다수는 그냥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e스포츠가 활성화되는 이유와 마찬가지에요. 자신에게 돈 한푼 안 주지만 프로구단이 형성되고, 그걸 관람하는 건 순전히 재밌어서 하는 거잖아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게임을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고 표현해요. P2E는 당장의 허용을 떠나서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현영 기자 : 저는 P2E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어서 지금도 우리나라가 많이 뒤처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게이머들이 즐기려고 게임을 하는지, 돈 벌려고 게임을 하는지는 게이머에 따라 다른 것이고. P2E가 패러다임의 변화인 것만은 인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에요.
왜, 동남아 지역에서 P2E가 되게 핫하잖아요. 그동안 VC들이 동남아 지역에 투자를 하거나 게임사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크게 인기를 얻거나 이런 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게임을 하려면 돈을 써야하는데, 구매력이 높지 않은 국가이다 보니 게임이 잘 된 적이 없었던 거예요. P2E는 그 구매력 자체를 키워줘서 구매력이 낮은 사람들마저도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패러다임의 변화거든요. 당연히 전 세계가 동요할 수밖에 없고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전 세계적인 흐름에 규제를 이유로 뒤처진다면 지나친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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