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국내 미디어 산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중심으로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다는 방송법 개정 및 미디어 분야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각 대선 후보들의 미디어 부처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부의 방송·미디어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세 개 부처로 흩어져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부처 간 밥그릇 싸움도 지난하게 이어졌다.
특히 글로벌 OTT 넷플릿스와 같은 ‘메기’의 등장으로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관련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진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개 부처로 분산된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필요
이에 주요 대선후보들도 미디어 통합 거버넌스 필요성을 인지하고. 미디어 분야를 담당할 독임부처 신설 등을 내세운 거버넌스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방송의 자율·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화와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플랫폼 역량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복수의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법제를 통합 개선하고, 분산된 방송·영상·미디어 정책을 통할하는 전담 부처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미디어 정책 소관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각 부처 간 중복 사업 추진, 부처 간 영역 다툼 등으로 실질적인 미디어 정책이 실종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디어 거버넌스 차원에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를 통합 담당할 가칭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이하 미디어부)를 신설하고, 이와 별개로 기존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혹은 미디어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방송미디어 규제 감독을 전담하는 합의제 독립 국가기구로 격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현 정부의 미디어 분야 정책 개선이나 진흥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디어를 언론으로 국한시켜 규제의 대상으로 한정한 점, 즉 진흥의 대상으로 설정하지 못하고 분산한 거버넌스 문제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기구인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출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포함시킨 거버넌스를 모색하고,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결국 실행력이 중요
양당 관계자 역시 미디어거버넌스 재편의 필요성엔 적극 공감하면서도 실행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한국방송학회가 개최한 ‘차기 정부의 미디어정책 개선 방향과 바람직한 정책 제언’ 토론회에서 허욱 더불어민주당 미디어·ICT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잘 운영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구조 개편과 리더십 같이 가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성동규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레거시, OTT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 그리고 콘텐츠가 같이 묶이지 않고는 효율적인 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며 거버넌스 범위의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유료방송·PP·통신·OTT 진흥 및 규제 업무를 담당할 ‘디지털미디어혁신부’와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업무를 담당할 ‘공영미디어위원회’ 이원체제를 제안한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거버넌스 개편을 위한 실효성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매번 느끼지만 어느 정당이든 집권 이후 거버넌스 개편은 없던 일이 됐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고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거버넌스 개편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TT와 레거시 미디어 간 관계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권 변호사는 “국내 미디어의 큰틀은 기본적으로 정권이 추구하는 철학에 따라 바뀌었다”며 “OTT가 향후 우리 전체 미디어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기존 미디어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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