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메타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반복되는 구설수 속에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사명 변경이라는 최강수를 뒀음에도, 여전히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추락하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임직원에 “메타, 메타메이트, 그리고 나는 회사와 목표를 위한 좋은 직원이 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서로를 메타메이트라고 부르자. 그것이 서로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해군이 사용하는 ‘배, 동료 선원, 그리고 나’를 빗댄 문구다. 나보다는 배(메타)를 먼저 구한 후 동료(임직원, 메타메이트)를 살피자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메타가 침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메타는 세계 시가총액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시가총액이 1조달러(한화 약 1196조원)를 돌파하며 6위에 안착했던 점을 감안해보면,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17일(현지시간) 메타 시가총액은 5654억달러(한화 약 676조원)으로, 11위로 떨어졌다. 중국 텐센트에도 밀렸다.
최근 메타 주가가 급락하면서, 고점 대비 시총 5000억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메타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너무나 많다.
우선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 부진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3일 메타 주가는 26.39% 하락한 323.0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최다 손실액이다. 이 금액은 오라클 시총에 맞먹는다. 주커버그 재산도 240억달러가량 증발했다.
메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336억달러, 영업이익 125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 늘었고, 영업이익은 1% 감소했다. 한화로 매출은 약 40조22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4조9600억원이다.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데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매출 95%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메타는 표적광고금지 위기에 직면했다. 메타는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앱 내 이용자 활동 기록을 추적해 각각 맞춤화된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주로 올려왔다.
그런데, 애플이 지난해 ‘앱 추적 투명성(ATT)’ 규정을 시행하며 사용자 동의 때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는 소상공인에 반하는 규정이며, 소기업 광고주는 광고비 1달러당 60% 매출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애플을 비난했다. 하지만, 아이폰 이용자 사생활 보호를 위해 동의 없이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애플 기조는 유지됐다.
이에 따라 메타는 애플 조치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매출 100억달러(약 12조원) 감소를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구글도 소비자 개인정보와 행동 양상 추적을 어렵게 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베타버전을 연내 출시하고, 2년 내 정책을 완전 적용한다. 미국 하원은 소비자 대상 표적광고를 금지하는 ‘표적광고금지법’을 발의했다. 이러한 추세는 디지털광고시장을 변혁하는 것이며, 사실상 광고 회사인 메타에게 직격타다.
이용자도 이탈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업계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구성됐으나, 이제 중국 바이트댄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TikTok)과 스냅챗 등 새로운 경쟁자에 위협을 받고 있다. 무너진 신뢰도 주효한 이유다. 프란시스 하우겐 페이스북 전 프로덕트 매니저는 내부 문건을 폭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이 자사 서비스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2019년 연구에서 인스타그램 좋아요 버튼이 어린 사용자에게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을 알았음에도 그대로 방치했으며, 유명인 인종협오 발언과 미국 대선 가짜 정보도 방관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이 이용자 간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CNN‧뉴욕타임즈 등 미국 17개 언론사는 이례적으로 연합해 페이스북을 고발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CNN방송은 19일 하우건 전 매니저가 메타를 향한 고발장 2건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투자자에게 전달한 성명서에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허위정보 방지 활동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하고 일부 사실을 생락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아동·청소년온라인보호법’도 발의됐다. 16세 이하 이용자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온라인 플랫폼 사용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유형 콘텐츠를 차단하는 등 세부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자살과 괴롭힘 등 부적절한 콘텐츠를 이들에게 노출시켜서는 안 되며 정신건강 악영향 요인을 연구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내부 고발자 폭로 논란 속에서 지난해 10월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으로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메타버스 중심으로 사람 사이 소통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엔 영국 부총리 출신 닉 클레그를 전 세계 정책을 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는 한편, 미국 빅테크 기업을 향한 반독점 규제와 내부 고발 폭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여전히 메타의 메타버스 비전 실현에는 최대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며 수익성도 발목을 잡혔다. 내부 고발자 폭로에 따른 도덕적 지탄 또한 이어지고 있어, 당장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