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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발자국] 금성사가 문을 연 국산 냉장고의 역사

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출처=LG전자>
<출처=LG전자>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냉장고 없는 주방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팥 없는 찐빵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국내 냉장고 보급률은 99%에 달할 만큼 대표 필수 가전 중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국산 냉장고는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요. 또 어떻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됐을까요?

◆57년 전 ‘눈표 냉장고’… 현재 용량의 6분의 1=국산 냉장고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국내 최초 가정용 식품 보관 냉장고는 1965년 LG전자(당시 금성사)의 ‘눈표 냉장고(GR-120)’인데요. 일본 히타치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만들어졌죠. 올해 기준 만 나이로 막 57살 됐으니 국산 냉장고의 역사는 아직 60년이 채 되지 않은 셈입니다. 이 제품은 국가등록문화재에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판되는 냉장고 용량은 600~800리터(ℓ)가 일반적입니다. 반면 눈표 냉장고는 120ℓ였습니다. 최근 자주 보이는 냉장고의 6분의 1 수준으로 작았다는 뜻이죠. 또 냉장실과 냉동실이 분리돼있는 지금과는 달리 냉장·냉동실 일체형이었습니다.

눈표 냉장고가 막 출시됐을 때는 전력 보급 상태가 좋지 않아 큰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65년대 전국 냉장고 보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는데요. 출시 3년 뒤인 1968년에도 전국에 냉장고 보유 대수는 5만대 수준이었습니다. 600가구 중 1대 꼴이죠.


<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21년 만에 전국 보급률 1%→95%…‘김치냉장고’ 탄생=눈표 냉장고 이후 국내 전자업체는 경쟁적으로 냉장고를 출시하기 시작합니다. 대한전선은 1968년 ‘원투제로냉장고’를 삼성전자는 1974년 ‘SR-180’을 시판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 경제 성장이 지속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하면서 냉장고 보급률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1986년 전국 냉장고 보급률이 95%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극소수만 사용하던 냉장고를 불과 21년 만에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 것이죠.


사용성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LG전자는 1984년 김치냉장고 ‘금성김치냉장고’를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당시에는 큰 빛을 보지 못하던 김치냉장고는 11년 뒤 위니아딤채(당시 만도기계)의 뚜껑형 김치냉장고 ‘딤채 CFR-052E’가 큰 인기를 끌며 새 시장을 개척합니다.

◆‘맞춤형’ 바람…색상·디자인 다양화=필수 가전으로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함께한 냉장고는 최근 몇 년 간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2019년 삼성전자가 색상과 디자인을 조합할 수 있는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브랜드를 선보입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가장 먼저 선보이며 이후 다른 가전제품에도 도입하기 시작했죠. LG전자 역시 ‘오브제컬렉션’을 통해 냉장고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죠. 오랜 시간 흰색 단벌 신사였던 냉장고가 알록달록한 색을 입기 시작합니다.

냉장고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인피니트’ 브랜드를 도입하며 와인냉장고를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이기도 했죠. 아울러 LG전자는 2022년 조직개편에서 ‘냉장고사업담당’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디자인 취향도, 입맛도 다양해진 현재 상황에 맞춰 냉장고도 열심히 변화를 거듭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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