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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의료AI ‘왓슨’ 헐값 매각…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IBM이 그동안 의욕적으로 이끌어왔던 의료 AI(인공지능)사업인 ‘왓슨(Watson Health)’사업을 사모펀드인 프란시스코 파트너스(Francisco Partners)에 매각한다.

이로써 IBM이 의료 AI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찾으려던 여정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왓슨’은 IBM의 초대 회장 토머스 왓슨(Thomas John Watson)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IBM은 왓슨 사업부문을 최소 10억 달러 이상(한화 약 1조2000원)에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IBM은 매각 금액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매각 금액에는 IBM이 그동안 축적한 각종 데이터 세트 뿐만 아니라 관련 제품, 이미지 소프트웨어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왓슨의 매각 결정은 지난 2020년 취임한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CEO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인도계인 크리슈나 CEO는 “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IT시장의 본류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IBM의 역할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IBM은 왓슨의 매각을 최소 1년전부터 추진했었다. 외신에 따르면, IBM은 지난해 초, 왓슨 매각을 위해 투자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를 고용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결국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선을 통해 매각이 성사됐다.

그러나 외신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IBM의 왓슨 매각과 관련해 몇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먼저, IBM이 왓슨을 왜 10억 달러라는 헐값(?)에 매각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비록 왓슨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IBM은 왓슨 사업을 통해 연간 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매출액 규모를 고려하면 헐값 매각 논란은 당연하다.

현재로선 정확한 매각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기술적인 문제와 비기술적인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기술적인 부분은, IBM 내부적으로 왓슨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료 AI의 기술적 한계에 직면했을 가능성이다. 기존 왓슨의 AI 논리 구조가 현재의 AI 주류와 맞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단순히 수익성 악화때문에 IBM이 왓슨을 매각한 것이 아니라는 추론이다.

그동안 IBM 왓슨은 암진단 정확도에서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계로부터 불신을 받아왔는데, 이 문제가 왓슨이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어떤 구조적 문제로 인식됐다면 이는 사실상 매각 보다는 포기의 의미가 크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IBM이 왓슨을 IT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도 맥이 닿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혁신적 가치를 높이는 투자가들이 아니라 구조조정 전문가들이다.

왓슨 매각의 비기술적인 이유는, IBM이 의료 AI에 대한 생명 윤리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제기되지 않았던 문제 또는 의료 산업계의 추가적인 반발 가능성을 미리 고려한 판단일 수 있다는 추론이다.

의료 IT시장이 여전히 블루 오션인데 IBM이 왜 의료AI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지도 의문이다. IBM은 클라우드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IBM의 전통적인 경쟁자들인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은 의료 IT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직접적으로 '의료 AI' 분야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료 데이터 분석’분야라는 점에서 AI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병원의 디지털 기록 관리를 위해 음성인식솔루션 전문기업인 누언스커뮤니케이션(Nuance Communications)을 196억 달러에 인수했다. 또 오라클(Oracle)도 지난해 12월, 의료 기록시스템 전문업체인 세르너(Cerner)를 280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인수 금액들을 보면, IBM 왓슨의 매각 금액 10억 달러는 매우 초라해보인다.

한편 외신들은 지난 2015년 왓슨을 출시했던 IBM이 그동안 4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처음에 구상했던 진전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IBM 왓슨 매각 절차는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IBM측은 왓슨 매각과는 별개로, 앞으로도 생명과학, 정부 보건 및 인적 서비스 분야 등 기존 고객들에게 제공돼왔던 IBM의 헬스케어 서비스들은 변함없이 제공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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