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올해는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 업종에 속한 기업 상장이 활발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 업종들의 상장으로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부는 등 올 한 해가 뜨겁게 달궈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역대 공모금액 상위 10개사 중 5개사가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이었다. 5개 기업 중 4개가 IT관련 기업이어서 이목을 끈다. 해당 기업은 크래프톤(4조3000억원), 카카오뱅크(2조6000억원), SKIET(2조2000억원),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다.
◆크래프톤, 뚜껑 열어보니?
지난 8월 10일 상장한 크래프톤은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이하 배그)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한 게임사다. 배그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1억 달러 수익을 올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로, 전세계서 호응을 얻었다. 매출도 2016년 372억원에서 불과 1년 만에 3104억원으로 급증하는 저력을 보였다. 크래프톤이 기업공개(이하 IPO)시장 대어로 꼽혔던 것은 이런 상황 덕분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관심 속에 증시에 입성한 크래프톤 주가는 공모가를 넘기지 못하며 고평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앞서 크래프톤은 공모가 산정 당시,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를 포함해 공모가 상단을 55만7000원까지 책정했다. 금융감독원 정정요구에 결국 49만8000원으로 평단을 낮췄지만, 청약에서 증거금 5조원, 경쟁률 7.8대1로 마감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크래프톤과 같은 달 며칠 앞서 상장했던 카카오뱅크(공모가 3만9000원)의 경쟁률이 182.7대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청약부터 불안한 출발 조짐을 보였던 크래프톤은 상장일 종가 45만4000원으로 공모가 보다 8.8%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2분기 매출 4593억원, 영업이익 17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 성장, 0.3% 하락을 기록하며 동종업계인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영업이익 악화에 비하면 나은 실적을 보였지만 좀처럼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며 주주들의 애를 태웠다.
지난 10월 29일 크래프톤이 미국 게임사 언노운월즈 지분 100%를 인수하며 증권업계에선 시너지 효과 극대화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런 상황을 이어가던 크래프톤 주가는 신작 뉴스테이트 출시 기대감으로 급격하게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신작 발표일인 11월 11일 주가는 전일대비 11.5% 뛴 54만원을 기록했다. 기관의 3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해제된 상황에서 신작 기대감이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일 기관은 1050억원, 외국인은 353억원어치를 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상장일부터 11월까지 기관은 1조4502억원 가량, 외국인은 3211억원 가량을 순매수하고 있다.
한편 공모가(49만8000원)를 기준으로 산출한 시총은 크래프톤이 24조4000억원으로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연기금과 외국인이 사랑한 종목,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누가 대장이니'
카카오그룹주가 동반 상승세를 연출하고 있다. 카카오 그룹 주가 하방 요인이었던 규제 리스크가 어느정도 완화된데다 연기금 등 기관과 외국인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카카오 형제가 나란히 오미크론 악재와 긴축 장세 가시화에 코스피가 2900선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코스피200지수 신규 편입 호재가 더해져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카카오페이 편입은 오는 9일부터 반영된다. 유입자금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1월 3일 상장장 이후, 상장일을 제외하고, 최근 주가는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있다. 지난달 30일 장중한때 24만8500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상장 첫날 종가 17만원에서 저 날 최고가까지는 46% 넘게 올랐다. 기관은 특히나 카카오페이에 대해 상장 첫 날부터 11월까지 6545억원 가량을 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중 연기금 등 매수액만 4993억원 가량을 차지한다. 해당 기간 단 하루를 제외하고 기관은 지속해서 카카오페이를 순매수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와 금융 대장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카카오그룹의 금융 계열사지만, 플랫폼을 기반에 둔 금융서비스기 때문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듯 보인다. 2일 오전 11시 기준 카카오뱅크 시총은30조6003억원, 카카오페이는 26조8556억원으로 각각 11위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장중 카카오페이 시총이 29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와 시총 차이를 크게 좁혔다고 볼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가 기관의 집중 순매수 대상이 되고 있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외국인의 관심 종목이다. 외국인은 카카오뱅크 상장일 이었던 8월 6일부터 11월 말일까지 50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8일부터 25일까지 외국인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해당 종목을 사들였다.
카카오페이에게 금융 대장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부분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3분기 영업이익은 712억원으로 전분기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기대되는 증익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공매도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기준 카카오뱅크 공매도 거래액은 5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크래프톤(651억원) 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공모주 광풍 속 상장한 SKIET, 따상은 실패했지만···해답은 성장성
올해 5월 11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는 SK이노베이션이 분할해 설립된 리튬·이온 2차전지 필수소재인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회사다. 분리막은 배터리에 탑재되는 얇은 막이다. 양극과 음극 접촉을 차단하고 미세한 구멍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키는 필름이다.
해당 종목은 공모가 10만5000원 두배인 21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시초가 이후 급락하며 26.53% 내린 1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도 한동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장 당시 기준 SKIET가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80조9017억원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세웠던 SKIET로써는 비교적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SKIET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1883대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SKIET는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풀린 당일 전일대비 10% 넘게 주가가 올랐다. 이후 7월 말까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당시 증권사 목표주가마저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다.
이후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주가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부진한 상황에서 배터리 분리막 공급망 악화의 영향을 받아 56% 넘게 떨어졌다. 중국 IT제품 수요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증권사 목표주가 하향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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