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회 체면을 세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네이버‧카카오 창업주를 소환해 국정감사 증인석에 세웠지만, 역시나 한 방은 없었다. 우려대로 재탕 질의가 이어졌고, 최고경영자(CEO)에게 질문해도 될 내용이 쏟아졌다. 플랫폼 기업으로 주체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기업인을 줄세우는 국감 구태는 여전했다.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3번 출석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는 ▲과방위 ▲산자위 ▲국토교통위원회 총 3번,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행정안전위원회 2회,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 나왔다. 기업 총수가 국감장에 3번이나 불려간 것도 유일한데, 카카오 계열사 대표까지 합하면 총 9차례나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침자(GIO)까지 과방위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환경노동위원회, 농해수위에 두 번 모습을 드러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문체위, 손지윤 네이버 정책총괄이사는 보건복지위, 공기중 네이버 부사장은 산자위에 출석했다.
각 상임위에서 경쟁적으로 플랫폼 기업을 소환해 국회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릴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과방위가 이해진‧김범수 창업주를 부른 것도 ‘체면’ 때문이었다. 다른 상임위에서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플랫폼 주무부처인 과방위가 증인으로 부르지 않으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오갔다. 갖은 비판에도 국회의원 체면을 세우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기업인을 내세웠다.
이러다 보니 예상된 질문만 오갔다. 숱하게 나온 골목상권 침해 관련 질의는 재탕‧삼탕으로 반복됐다. 무리하게 플랫폼 국감으로 만들어 기업인 상대로 증인 출석 갑질을 하면, 실속은 없고 뻔한 답변만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포털 뉴스 서비스‧알고리즘과 망 사용료 질문도 이어졌으나 최고경영자 또는 실무자 선에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다. 오히려 망 사용료와 관련해 이해진‧김범수 창업주가 소신 있는 답변을 해 과방위 체면을 살려줬다.
국정감사는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를 통해 정부 법 집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수단이다. 국회가 국민을 대변해 정부가 정책을 실효성 있게 진행하고 있는지, 부패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자리다. 기업 청문회장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