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얘기가 이제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의 백신 접종 속도라면 오는 11월 중순쯤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 것이란 게 정부의 예상이다.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았던 2년전 그때의 평범한 일상으로 과연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로나19 시대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에 오히려 더 익숙해져버렸거나 예상치 못한 발견(?)이 이뤄진 것들이 적지않다. 그런 것들중 일부는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재택(在宅)근무’이다. 특히 이제 '재택 근무'는 팬데믹과 완전히 무관한 이슈다. 코로나19 종식과 관계없이 ‘영구 재택근무’ 논의로 진화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물론이고 일부 국내 IT기업들도 영구 재택 근무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도입하려는 것은 집합 근무를 하지 않아도 기업의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현재의 ICT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실증됐다. 물론 은행 등 금융권은 '금융 (물리적) 망분리'라는 제도적 한계가 여전하기때문에 재택근무가 제한적이지만 그 외의 업종에선 CEO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옵션이 됐다.
◆’영구 재택 근무’, 수준높은 ICT 혁신이 가져다 준 선물
재택 노동의 질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출퇴근 지옥에서 해방되는 새로운 일상을 갖게 된다는 것, 그 자체로 영구 재택 근무는 충분히 획기적인 진전이다. 워킹맘들은 육아를 병행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자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재택(원격)근무를 지원하기위한 ICT 혁신 솔루션들도 더욱 풍성해졌다. 예를들면 직원들의 업무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인사관(HR)관리시스템 등 기업의 ERP 혁신 뿐만 아니라 원활한 네트워크 환경의 개선, 보안 인프라의 강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아울러 AI(인공지능)와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등 업무 자동화시스템 고도화 전략도 새롭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현장감 높은 비대면 업무 구현을 위해 ‘메타버스’플랫폼을 통한 업무 지원시스템 구현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영구 재택근무의 확산은 우리나라 ICT의 혁신을 역동적으로 견인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IT산업계에도 긍정적이다.
◆디테일에 실패하면 끔찍한 재앙으로 돌변
하지만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어쩌면 여기가 끝일지 모른다. 오히려 ‘영구 재택근무’의 확산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업율의 증가와 함께 기업들의 인력 감축 압력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예상은 이미 올해 2월,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출간한 ‘코로나19 이후 노동환경의 미래’(The Future of work after COVID-19)라는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재택근무, 즉 사무직 근로자들이 재택을 하게되면 이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식당, 카페 등 서비스 직군의 실업율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란 것이다. 이 결과 이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여성, 젊은층, 저교육층 등이 상대적으로 실직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란 경고다. 물론 이 보고서의 예측을 국내 상황에 100%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식당 등 국내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사무직은 고용 불안에서 안전할까.
지켜봐야겠지만 고용 불안은 결국 사무직군에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비대면 및 재택 근무를 포함해 조직내 업무 수행에 따른 개개인의 성과평가가 이전보다는 훨씬 더 세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아마도 여기에서 잉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활용해왔던 기업의 협업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뿐만 아니다. 재택근무 등 비대면 업무 프로세스의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AI기반의 초자동화(Hyper Automation) 전환 압력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즉, 사람을 대신해 기계의 역할이 늘어가는 현상이다. 역시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용 불안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밖에 노동의 질(質) 문제 못지않게 아직 정착되지 못한 ‘노동의 강도’도 따져봐야할 문제다. 재택근무 직원이 PC앞에서 5분 이상 자리를 비우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알람 체크를 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 등 기상천외한 비대면 노동 감시 솔루션들이 이미 시장에는 넘쳐나고 있다. ‘노동 인권’이란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이 시작된다면 이 역시 상당한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장 큰 걱정은 CEO들의 어이없는 오판이다.
“그많은 직원들이 사무실에 안나와도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놀랍다”던 CEO들의 감탄이 어느날 갑자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월급 도둑이 있었단 말인가”라는 의심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진정한 재앙의 시작이다.
정답은 없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또 다른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시점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기위한 세심한 출구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