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등 일상 생활과 비즈니스 활동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딜라이트>는 메타버스 시장의 현재와 가능성,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전략을 분석해 본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오아시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원'에서 주인공이 가상현실 세계인 오아시스를 설명하는 말이다.
영화에서의 오아시스는 단순히 화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가상현실(VR)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의 사회·경제·문화 활동 뿐 아니라 상상속의 우주여행 등도 가능케 한다.
가상현실에서 진일보한 개념인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를 말한다. 그동안 주목받았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동영상, 게임 등 일부 협소한 영역의 콘텐츠를 소비하는데만 활용된 반면, 메타버스는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달 15일 정부는 범부처 합동 '제12차 디지털 뉴딜반 회의'를 열고 초연결 신산업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유관기관장이 모여 안건을 발표하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의 공식 회의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직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크지만 점차 정치, 행정, 기업운영, 마케팅, 부동산 등 다양한 경제·사회 영역으로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내에서 거래활동이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결합할 경우 거대한 자본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는 전세계 확장현실(XR) 시장이 올해 307억달러에서 2024년 2969억달러로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역시 메타버스 시장이 현재 460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에는 28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네이버 제페토의 글로벌 누적 이용자는 2억명으로 넷플릭스 이용자와 맞먹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로블록스 일일 이용자도 2019년 1분기 1540만명에서 올해 1분기 4180만명으로 171%나 늘어났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메타버스의 성장세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이어 SK텔레콤이 이프랜드를 선보였다. 코빗, 빗썸 등 가상자산 업계도 속속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도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부터 전시회, 건설사의 모델하우스 등 현실에서의 비즈니스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가 넘치다보니 메타버스 공간내 콘텐츠 제작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여기에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한 만큼, 기본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부터 컴퓨팅 자원, 보안, 인증, 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해킹 등 침해사고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특히, 메타버스는 개인간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인신공격과 같은 개인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프라이버스 침해, 아바타 몰카, 스토킹 등 윤리적 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적절한 이용자 보호 대책도 필요한 셈이다.
매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낸 국회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는 지금까지의 온라인 생태계를 대체하는 지배적 플랫폼이 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법제도로 통제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관계를 만들어서 이용자 보호에 어려움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들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는 환경마련이 중요하다"며 "예측가능한 안전장치 안에서 신산업, 신서비스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