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 연구장비산업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출연연구기관이 최근 5년간 구매한 연구 장비의 외산 비중이 7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4개 출연연이 최근 5년간 구매한 연구 장비(ZEUS 등록 장비)는 총 3345점이다. 이 가운데 외산 장비가 2557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장비는 788점에 불과했다.
외산 장비구매 비중은 2018년 76.2%, 2019년 76.7%, 2020년 77.1%로 3년 연속 증가해 출연연 수입 장비 의존이 고착화되는 추세다.
출연연별로 보면 한국천문연구원(59.2%), 한국건설기술연구원(59.5%) 2곳을 제외한 22개 기관의 외산 장비구매 비중은 모두 60% 이상이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100%),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97.3%), 한국생명공학연구원(93.4%), 한국표준과학연구원(89.9%) 순으로 외산 장비구매비율이 높았다.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 현장에서 장비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면서 전체 장비구축예산의 81%가 해외장비 대금으로 사용됐다.
출연연이 연구 장비에 쓴 돈은 최근 5년간 총 813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출연연들은 국산 장비구축에 1545억원을 썼고, 외산 장비구축 비용으로 국산 장비구축 비용 4배 이상인 6585억원을 지출했다.
정필모 의원은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 장비 개발을 장기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연구 장비 개발 및 고도화지원사업이 지난해 처음 시작되는 등 연구 장비 지원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장비산업은 소재·부품·장비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반산업인만큼 기술개발 지원, 판로개척 등 국산 연구장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작성한 연구장비산업 혁신성장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통해 구축된 실험용 연구 장비의 70%는 미국(40.4%)·일본(16.7%)·독일(12.9%) 3개국 제품이었으며, 국산 제품 점유율은 16.5%에 그쳤다.
보고서는 국산 연구 장비의 약세 요인으로 국내 장비 기업의 자체적인 기술혁신 능력 부족과 저부가가치 범용 장비 제품 위주 생산, 조립·판매중심의 국내 연구 장비 산업구조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