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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 금융IT ⑦] 금융 IT계열사, 클라우드 확대로 더 막중해진 역할

하나금융티아이 (인천 청라)
하나금융티아이 (인천 청라)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IT계열사를 운용하고 있다. 모그룹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한 IT개발 및 아웃소싱, 약간의 대외 사업 등으로 사업 구조가 비슷하다. 하지만 오랜기간 이처럼 천편일률적이었던 금융 IT계열사들의 역할은 수년전부터 각자 특화된 방향으로 분화됐으며, 지금은 공통분모 보다는 각각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20~30년전 모델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회사도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곽 IT지원 조직에 머물지 않고, 그룹 전체의 역동적인 디지털 전략을 지원하고 견인하면서 그룹의 IT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몇 년새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이 크게 확대되면서 IT아웃소싱 체계가 기존보다 복잡해졌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기존 IT아웃소싱 방식을 전환하거나, 또 복잡한 클라우드 환경을 관리하고 조율하기위한 ‘클라우드 센터’로서의 금융 IT계열사에 대한 역할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민은행은 ‘KB 원 클라우드(KB One Cloud)’에 대한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사업자(MSP)로 KB데이타시스템을 선정했다. 국민은행은 멀티 클라우드 전략에 따라 현재 AWS, MS 등 복수의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과 클라우드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러한 멑티 클라우드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업체로 KB데이타시스템을 선정한 것이다.

이같은 '클라우드 관리자'의 역할을 금융 IT계열사들이 앞으로 맡게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겠으나 KB금융의 선택은 향후 금융권의 MSP 전략 행보에 의미를 가진다. 신한금융그룹도 IT계열사인 신한DS가 클라우드 역량 확보와 그룹의 클라우드 운영에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하나금융그룹의 하나금융티아이도 마찬가지로 그룹 클라우드 운영을 기반으로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룹내 IT계열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IT 전문가 출신이면서,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고, 조직내 신망이 두터운 인물들이 금융 IT계열사의 새로운 대표를 맡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주요 금융 IT계열사 신임 CEO. 우리FIS 김성종 대표(左.우리은행 CIO겸임), 하나금융티아이 박근영 대표(中), DGB데이터시스템 김상근 대표(右)
2021년 주요 금융 IT계열사 신임 CEO. 우리FIS 김성종 대표(左.우리은행 CIO겸임), 하나금융티아이 박근영 대표(中), DGB데이터시스템 김상근 대표(右)
올해 우리금융그룹은 우리FIS 신임 대표에 우리은행 IT그룹장(CIO)인 김성종 부행장을 겸직토록 했다. 겸직은 우리FIS가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토털 IT아웃소싱을 수행하는 구조적인 측면때문이기도하지만 우리은행과 그룹 IT지원 조직간의 불필요한 간극을 없애고 IT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신속한 시장 대응을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하나금융그룹의 IT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TI)는 유시완 대표가 임기만료로 퇴임함에 따라 올해부터 박근영 신임 대표가 이끈다. 박 대표는 하나은행 ICT본부장을 역임한 IT전문가다. 하나금융티아이는 하나금융 전체 계열사에 대한 IT아웃소싱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종합기술원과 함께 AI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그룹에 상용화하는 실행 조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티아이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나금융내에서 상용화된 뱅킹시스템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데 실제로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권 IT계열사 발전 모델로서 가장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IT계열사인 DGB데이타시스템 신임 대표로 대구은행 CISO를 역임한 김상근 부행장을 선임했다. 김 대표 역시 대구은행내 IT 및 보안부문에서 오랜 경험을쌓은 IT전문가 출신이며, DGB금융 그룹내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권 IT계열사중에서 활발한 대외 사업을 하는 회사로 기업은행 계열의 IBK시스템이 꼽힌다. IBK시스템은 김주원 대표가 올해 임기 2년차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IBK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안정적인 IT서비스와 함께 굵직 굵직한 대외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특히 올해는 100억원을 상회하는 수출입은행 디지털혁신 사업을 핑거와 함께 수주하는 등 뛰어난 대외 사업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IBK시스템은 지난 2019년 12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주한 34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을 단독 수주한 바 있다.

◆“이젠 BNK금융그룹을 움직이는 IT 엔진”… BNK시스템, 10년의 역사
지난 5월20일은 BNK시스템에겐 특별한 날이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부‧울‧경 지역을 거짐으로하는 BNK라는 낯선 이름의 금융그룹이 국내에 첫 출범하면서 BNK시스템도 함께 탄생했다.

하지만 10년의 짧은 역사 동안 BNK시스템의 외형은 몰라보게 커졌다. 창립 당시 40명이던 직원들은 이제 220여명으로 불어났다. 앞으로도 인력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BNK금융그룹내에서 차지하는 BNK시스템의 위상과 역할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BNK시스템은 현재 그룹내 IT지원조직에서 그룹내 IT를 총괄 지원하는 SSC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BNK시스템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캐피탈, BNK저축은행 등 BNK금융계열사들과 계약을 맺고 일부 IT 개발 및 운영(유지보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금융IT 계열사들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BNK시스템은 IT기획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 전체의 IT 개발 및 운영을 전담하기위한 SSC조직으로 진화하는 움직임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지난 2~3년간 BNK금융그룹은 BNK시스템의 자체 인력을 크게 보강하는 반면 일반 계열사 소속의 IT인력 선발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그룹의 IT지원 전략을 혁신해왔다. IT기획 기능은 기존대로 그룹 계열사별로 유지하되, IT 개발 및 운영 조직은 자연스럽게 BNK시스템의 비중을 늘리는 구조로 재편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자연스럽게 BNK시스템과 BNK금융 계열사들간의 토털IT아웃소싱 계약을 통한 SSC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리FIS처럼 클라우드센터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BNK시스템 김석규 대표
BNK시스템 김석규 대표

현재 BNK금융그룹의 핵심 현안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 이슈다. 아직 뚜렷하게 결론 난 것은 없지만 기존 ‘투 뱅크’ 체제가 가지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 BNK금융그룹 차원에서는 해묵은 당면 과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BNK그룹차원의 IT전략을 짜는데도 직간접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IT부문만 따로 떼놓고 본다면, 기존 ‘투 뱅크’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BNK시스템을 통해 IT부문은 사실상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BNK시스템의 역할 진화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럴 경우, 두 은행은 IT비용 절감과 상향 평준화된 IT품질을 공유하고, 또 신속한 시장 대응력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NK시스템이 클라우드 사업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된다면 BNK금융그룹의 IT운영 전략은 훨씬 유연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클라우드 도입의 확대로 외부 클라우드사업자들에 대한 위험, 즉 ‘제3자 리스크’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MSP(클라우드관리서비스)역할을 하는 그룹내 통합 관리자로서 BNK시스템의 새로운 역할이 주목된다.

그룹 차원의 통합 IT전략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행 조직의 기술적, 정서적 완성도는 매우 중요하다. BNK시스템은 지난해 4월, 퇴임한 오남환 사장의 후임으로 김석규 대표를 임명했다. 김대표는 부산은행 신금융사업본부장, 경남은행 미래채널본부 부행장, BNK금융지주 그룹인재개발원 초대원장을 지내 그룹내 핵심 인사이다.

전임 오남환 사장도 앞서 BNK금융지주 IT부문 부사장과 부산은행 CIO를 연임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부산은행 CIO대행 역할을 맡았던 박일용 IT본부장(상무)은 올해 5월 BNK시스템에 합류해 새롭게 진용을 갖췄다. 결과적으로, 최근 3~4년간의 방향성을 놓고본다면, BNK금융그룹의 핵심 IT역량은 이제 BNK시스템으로 서서히 점점 집결되는 모양새다.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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