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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 금융IT ⑥] 그룹 CEO 강력한 주도…격화되는 금융 플랫폼 전쟁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초 발간하는 <2021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으로,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일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환골탈태, 위기감 반영
디지털혁신 성과내기위한 ‘실무형’ 외부 전문가 영입 활발
현업과 디지털∙IT조직 경계없애고 민첩한 시장대응력 확보에 사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종합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금융회사가 추구하는 새로운 지향점은 조직 개편과 경영진의 구성을 통해 그대로 투영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녹록치않은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말 단행된 2021년 주요 금융사들의 디지털‧IT부문 조직 및 인사개편에선 ‘플랫폼’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실제로 올해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 전략에는 2021년 금융권의 이러한 목표가 강렬하게 응축돼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2021년 주요 금융그룹들의 조직개편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빅테크·핀테크에 대응하기위한 혁신 기술 기반의 전략적 대응 ▲‘종합 금융 플랫폼’(Plateform)서비스 경쟁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와 일원화된 지원 조직 구성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렸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그들만의 싸움’을 펼쳐왔지만 이제는 완전히 오픈된 공간에서 사투를 벌여야한다. 금융권의 디지털‧IT부문 조직 개편은 시차를 두지않고 필요할때마다 신속하게 그룹 CEO의 판단에 따라 단행되고 있다. 디지털‧IT부문 조직 개편의 방향성이 앞으로 또 어떻게 정리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혼돈’의 과정을 지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은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과정으로 평가된다.

◆디지털‧IT조직 ‘애자일’化… 강력한 ‘통합 전략’ 기조

금융회사들은 스스로를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늘상 강조해왔던 ‘수익성 제고’ 보다는 ‘생존력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체질 변화’에 훨씬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올해 1분기 은행권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체질 변화에 대한 강박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견해다.

먼저, 올해 금융권 조직개편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빠른 의사결정 구조로의 개편이다. 은행권의 경우, 팀장→ 부행장(본부장)→ 은행장, 3단계로 보고체계를 크게 단순화시켰다. 의사결정 체계의 혁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현업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이를 즉시 개발해서 실행으로 연결시키는 시간을 최소화하기위한 ‘데브옵스(DevOps)’형 조직 구조의 혁신이 더욱 강화됐다. 이같은 조직 체계의 애자일(Agile)화를 정착시키키위한 조직개편은 이제 상시화됐다.

2021년 금융권 디지털· IT부문의 개편의 특징을 요약하면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 대응 ▲‘플랫폼’ 중심형 수익성, 기능적 조직개편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한 애자일(Agile)화 강화 금융지주사들 중심 통합 디지털 및 IT전략 강화 그룹 CEO 중심의 탑다운 방식 ‘디지털전략’ 전략 강화 ‘실전형’ 외부전문가 영입 확대그룹 IT자회사의 역할, 세분화 및 확대 데이터 조직 비중 확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올해 금융권 디지털·IT 조직의 특징중 하나는 금융지주사 중심의 컨트롤타워, 즉 ‘통합 전략’이 부쩍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권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룹 차원의 빠른 시장 대응이 중요해졌기때문이다.
<사진설명> 사진상단 좌측로부터 윤종규 KB금융회장,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사진하단 좌측부터> NH농협금융 손병환 회장,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 BNK금융 김지완 회장, JB금융 김기홍 회장, ‘플랫폼 금융’이 강조되면서 그룹 CEO 주도의 강력한 혁신 전략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탑다운 방식이 가지는 소통의 경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 각 금융지주사>
<사진설명> 사진상단 좌측로부터 윤종규 KB금융회장,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사진하단 좌측부터> NH농협금융 손병환 회장,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 BNK금융 김지완 회장, JB금융 김기홍 회장, ‘플랫폼 금융’이 강조되면서 그룹 CEO 주도의 강력한 혁신 전략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탑다운 방식이 가지는 소통의 경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 각 금융지주사>

하나금융그룹은 하나금융지주사 조직 개편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이 자리에는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을 선임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그룹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앞서 KB금융그룹은 윤종규 회장, 우리금융그룹은 손태승 회장의 강력한 주도로, 그룹내 디지털·IT부문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크게 강화해왔다.

특히 그룹 차원의 디지털및 IT전략의 실행력을 한층 강화하기위한 조직 개편도 눈에 띤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임기 2년차로 접어든 김성종 우리은행 IT그룹 부행장을 그룹 IT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FIS) 대표에 겸직시켰다. 국내 은행계열 금융그룹중에서 은행 CIO와 그룹 IT계열사 대표의 겸직은 우리금융그룹이 유일하다. 우리FIS가 우리금융그룹 전체의 토털 IT아웃소싱을 맡고 있는 SSC(Shared Service Center) 조직이란 점을 고려할 때, 그룹 전체의 IT 혁신을 신속하게 지원하기위한 ‘통합형’ 조직 전략의 강화로 평가된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BNK금융과 JB금융그룹의 디지털‧IT부문 인사도 주목을 받았다. BNK금융그룹은 올해 그룹 조직개편에서 BNK금융지주 D-IT그룹을 총괄하는 최우형 부사장에게 은행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D-IT그룹장울 모두 겸직하도록 했다. ‘D-IT’는 각각 IT와 디지털 조직을 담당하는 CIO와 CDO를 한꺼번에 결합한 형태로 2018년부터 BNK그룹이 도입한 독특한 형태의 디지털‧IT 조직 편제다. 그동안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D-IT 그룹장이 따로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BNK금융지주 최우형 부사장이 한꺼번에 겸직하도록 한 것이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는 JB금융그룹도 올해 조직개편에서 JB금융지주 DT본부장에 박종춘 상무를 선임했다. JB금융그룹은 박 본부장을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디지털본부(CDO)장까지 겸임시켰다. JB금융그룹내 3개 조직의 디지털본부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BNK금융과 JB금융 모두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효율성있게 추진하고, 신속한 시장 대응을 위한 차원의 인사라는 평가다.

한편 이같은 강력한 ‘그룹 CEO 주도형’ 디지털 전략 덕분에 올해 5대 주요 금융그룹들의 IT투자 예산은 그 어느때보다 풍족한(?) 상황에서 집행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또 NH농협금융은 농협은행 3200억원을 비롯해 올해 농협생명, NH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 총 4866억원을 편성했다. 이같은 IT 투자 예산의 확대는 그룹 CEO의 강력한 지원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일이다.

한편으론 그룹 CEO가 강력하게 주도하는 탑다운 방식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대해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총수 중심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의사결정 방식으로 과연 빅테크 기업들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견해다.

그룹 CEO 주도의 강력한 리더십은 조직내 역량을 단기간에 결집시키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는 뛰어나지만 유연한 시장 대응, 감성적 터치와 소통이 필요한 다변화된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강점이 약점으로도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도 직급 호칭을 생략하고 수직 문화를 탈피하는 시대로 넘어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계층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 그리고 임기내에 성과를 내려는 업적주의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게 금융권 내부의 평가다.

한 시중은행의 디지털혁신 부서 관계자는 “잘못된 것은 누구라도 노(NO)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수직적 조직 문화 타파가 선행돼야한다고 본다”며 “만약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경우, 이를 수습하고 수정할 시간을 영영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직접 빅테크와 맞서라”… 검증된 ‘실전형’ 외부 전문가 영입 경쟁

혁신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올해 금융권의 디지털∙IT부문 조직개편에선 외부 전문가 영입이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한 내부 디지털‧IT 조직의 혁신에 중점을 뒀다. 이론형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빅테크 기업에 맞서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위한 차원에서 영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기존과는 다르다. 실제로 올해 금융권 조직개편에서는 이미 시장에서 실력이 검증된 외부 영입 전문가들에게 중책이 주어졌으며, 혁신 기술 영역에서는 지속적으로 활발한 외부 전문가 수혈이 진행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4월, 테크그룹 산하의 테크기술본부장에 네이버클라우드 CTO 출신의 박기은 본부장을 영입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4월 데이터전략본부장에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영입해 효과를 봤다. 또한 국민은행은 올해 2월, 부동산 플랫폼 전략을 위해 네이버 라인파이낸셜플러스 출신의 성현탁 리브부동산플랫폼부장을 영입했다. 은행측은 “플랫폼 기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성공 노하우를 높이 샀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2021년 조직개편에서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 계열 IT자회사인 신한DS 부사장 출신의 조영서 전무를 영입해 경영연구소장 겸 국민은행 DT전략본부 총괄에 임명했다.

디지털 혁신을 강력하고 추지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올해 5월, 기존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그룹 산하에 ‘디지털금융단’과 ‘DI(데이터 인텔리전스)추진단’을 신설했다. 신임 DI추진단장에는 삼성화재 디지털사업을 총괄한 김진현 본부장을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서 내부 인력에 의한 디지털∙IT 조직 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 전문가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디지털그룹 산하의 디지털혁신단을 출범시켰으며, ‘마이데이터’ 전략을 위해 김혜주 전 KT상무, 또 AI와 빅데이터 부문을 위해 김준환 전 SK(주)C&C 상무를 외부 영입했다.

부산은행은 올해 4월, D-IT그룹 산하 조직인 디지털금융본부장에 삼성카드 빅데이터마케팅(BMP)을 총괄했던 이주형 상무를 영입했다.

한편 지난 2014년에 SC제일은행에 영입돼 CISO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홍선 부행장은 영입되기전 안랩 CEO를 역임한 최고의 보안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국내 은행들과는 달리 임기에 구애받지않는다. 국내 은행권 CISO중에서는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문화된 영역에서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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