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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 정해 배분한다면?…업계 간 입장차 ‘뚜렷’

- 홈쇼핑 "실제 송출수수료 부담 해소" vs 유료방송 "시장 자율경쟁 훼손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사업자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결정 방안으로 총액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배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홈쇼핑 업계는 과도하게 책정된 송출수수료에 대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시장 현실을 외면하고 시장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20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한국방송학회는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특별 세미나를 진행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자릿세’ 개념으로 매년 지급하는 송출수수료 총액에 상한선을 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총액은 홈쇼핑 사업자들에게 발생하는 순증이익을 절반으로 나눈 값이다. 총액이 정해지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홈쇼핑사업자들이 방송에 사용할 채널들 목록을 제시하고 홈쇼핑 사업자들은 그 채널들을 S·A급 등으로 그룹화해 자체 경매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김 교수는 “총액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S급 채널 경쟁이 치열해져 송출수수료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A급 채널 가격은 저렴해져 사업자들의 경제적 선택이 가능해진다”며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가입자 수 기준 시장점유율에 따라 송출수수료 총액 중 각자 몫을 배분받기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가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언급한 상한제 모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은 1조3022억원이다. 그러나 이 기간 홈쇼핑 사업자들이 유료방송 플랫폼에 지불한 실제 송출수수료 총액은 1조8394억원이다. 적정 총액과 실제 지불 총액이 5000억원 가량 차이 나는 셈.

홈쇼핑 사업자들은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걷는 송출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만큼 김 교수에 입장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홈쇼핑 사업자들 대비 거래상 지위가 있고 사업 자체가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만큼 정부의 공적 개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이 모형에서 제시하는 적정 금액이 실제 지불 금액보다 적다는 것은 시장에서 송출수수가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경제학적 분석”이라며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송출수수료 기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정책적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일부 사업자들끼리 담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우람 한국티커머스협회 팀장은 “총액이 정해져 있어 사업자들끼리 담합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일부 사업자들이 합종연횡해 경쟁력 떨어지는 사업자를 배제하는 등 부당공동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송출수수료 상한선 설정에 대해선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송출수수료 인상은 홈쇼핑 사업자 수 증가 및 채널 위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따른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가 개입해 또다른 규칙을 만들 경우 새로운 갈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은 “송출수수료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홈쇼핑 사업자 영업이익도 평균 18~19%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IPTV 사업자 입장에선 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홈쇼핑 매출 상승에도 기여한 점도 있는데 송출수수료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플랫폼 본부장은 “채널마다 실시간 시청 빈도, 가입자 특성 등 가치가 달라 동일하게 보기 어렵고 홈쇼핑 사업자들도 매년 전략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모든 사업자들을 하나로 묶어 단체협상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고객과 판매자들이 모바일 등으로 이동하면 순식간에 홈쇼핑 사업자들과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위가 약해질 수 밖에 없는데 현재 갈등을 제도화해 해결하는 사이 시장이 먼저 더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 협상을 할 때 데이터 불균형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채널별 트래픽이나 가입자 증가율, 이에 따른 유지비 등 데이터가 공개되지만 홈쇼핑 사업자들의 경우 실시간 시청자 수나 가입자당 구매이력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 사업자간 데이터 균형이 맞춰져야 합리적 송출수수료 책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남영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기본적으로 사업자들끼리 합의 가능한 안이 있다고 하면 그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안을 도출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계속 고민 중”이라며 “오늘 발표가 합의 가능한 시작점을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고 계속 논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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