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분야의 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까? 신한은행이 최근 배달앱 O2O 사업에 뛰어들며 독자적인 PG(Payment Gateway)운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은행의 PG사업 진출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PG사는 온라인가맹점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한다. 카드사는 온라인 카드결제가 발생하면 PG사에 가맹점수수료를 제외한 결제대금을 지급한다. PG사는 판매자에게 결제대행수수료를 제외한 대금을 지불해준다.
PG는 등록절차가 복잡하고 안정성과 보안이 확보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등 난이도가 높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 지급결제대행을 수행하기 위한 자본과 전문 인력의 확보 등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많다.
다만 최근 비대면시대가 가속화되면서 PG 업종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부가통신업자(VAN사)의 전자지급결제대행사업(PG) 등 기타사업 영업수익이 VAN사업 수익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VAN사업은 온라인에서의 PG의 역할을 오프라인에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VAN사업자들은 주력 사업 외에 부수적으로 PG사업을 전개해 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결제가 줄어든 반면 온라인 결제가 늘어나면서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PG업계는 은행의 참여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시작은 토스가 LG유플러스의 PG사업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PG사 토스페이먼츠는 대형 가맹점 제휴 확대 등을 통해 월 평균 거래액 2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가맹점들의 결제 정산 주기를 7일에서 2일로 줄이는 등의 공격적인 투자가 뒤를 받쳤다.
토스는 올해 토스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다. 토스라는 우산 아래 은행과 PG, 그리고 보험, 증권 등의 금융서비스가 연계되는 셈이다. 여기에 신한은행까지 PG사업을 영위하게 되면 은행권의 PG사업 진출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사실 그동안 은행들은 PG사업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미 은행업이라는 라이선스 안에 언제든지 PG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핵심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만 PG는 가장 뒷단에 있는 ‘에스크로’라는 기능이 핵심인데 은행업은 이미 에스크로 사업자로 신탁사업에 대한 서비스 보완 등으로 PG사업을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다. 당장 은행이 PG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NHN한국사이버결제, KG이니시스, 세틀뱅크, 토스 페이먼츠, 다날 등 다른 PG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무기는 수수료 인하다. PG업계의 수수료 인하는 지난 몇 년간 꾸준한 화두였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펴면서 카드 결제 생태계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PG사들도 영향을 받았다.
통상 알려지기로 상위 10개 PG사의 수수료율은 0.2~2.8%다. 온라인쇼핑 거래가 발생하면 PG사는 약 3.5%의 수수료를 판매자에 부과해 이를 매출로 잡지만 카드사 등의 중간 정산을 거치면 실제로 거두는 수익은 이 정도다.
하지만 은행이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경우 수수료율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오프라인업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토스나 카카오가 결제망을 가져갈 경우 은행 계좌도 필요 없어지는 오픈뱅킹 시대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은행이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와 깊이와 범위가 무한하다는 점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PG의 수익구조는 수수료지만 은행의 경우 수수료에 큰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이미 인력과 자본, 결제 인프라도 깔려 있는 상황에서 금융 카드 계열사를 활용해 수수료를 낮출 수도 있다.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수수료를 전부 제로로 할 수 있는 근원적인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이 직접 수수료 인하를 무기로 PG시장에 뛰어들기에는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영향을 받은 PG사들이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에 대해선 강하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결제가 늘어나면서 PG사의 수익은 더 늘어났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 이용실적은 일 평균 1679만 건, 7055억 원 규모로 전년대비 각각 48.5%, 32.7% 늘었다. 이용건수와 금액 모두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