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베일에 가렸던 글로벌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의 국내 실적이 연달아 공개됐다.
그동안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도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있어왔다. 이번에는 전면 개정 이후 새로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신외감법)에 따라 그 내막이 첫 공개된 것이다.
18일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한국법인이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년과 비교해 각사가 벌어들인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52.9%, 295.2%, 553.6%로 많게는 6배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기반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혜를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 국내서 ‘잘나가는’ 넷플릭스·페이스북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4155억원)과 영업이익(88억2048만원) 모두 전년대비 세자릿수(124%, 295%)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19년 12억90만8000원에서 지난해 63억3070만원으로, 427.5% 늘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위인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는 380만명가량으로, 이로부터 발생하는 월 구독료인 ‘스트리밍 수익’(3988억원)이 전체 매출의 96%에 이른다. 스트리밍 수익은 지난해 3988억237만원으로, 전년보다 127%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실내·개인 활동이 늘어나는 특수를 맞아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올해 2월 10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도 구독자 유입에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는 올 한해 한국 콘텐츠에 지난해 매출을 넘어선 55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10.3% 늘어난 442억원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3.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억9469만7370원(2019년)에서 63억2615만4707원(2020년)으로, 무려 32배가량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과는 페이스북코리아의 주 수입원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 매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용자의 이용패턴과 성향을 분석한 소셜미디어(SNS) 맞춤형 광고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구글코리아 매출이 겨우 2200억원?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56억원)과 당기순이익(62억원)은 각각 52.9%, 741.2% 증가했다. 2004년 구글코리아 설립 이후 약 16년 만에 공개된 한국 실적이다.
하지만 구글의 첫 실적이 공개된 이후에도 여전히 수입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핵심 수익원인 앱마켓 수수료 부문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앱마켓 수익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 소재 구글아시아퍼시픽 매출로 기록된다. 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앱마켓 구글플레이의 2019년 매출 추정치는 5조7000억원 안팎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글코리아의 실질적인 국내 매출이 최소 5조~6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로서 구글코리아의 주요 매출은 구글 앱이나 유튜브,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이다. 이 또한 구글코리아가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부터 광고 지면을 사와 국내에서 재판매하는 ‘리셀러’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기업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신외감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해외 플랫폼의 ‘깜깜이’ 실적이 여전하다며 우려가 높다.
국내 기업과 비교해보면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1.8%, 5.2% 늘어난 5조3041억원, 1조2153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121% 오른 4조1567억원, 4560억원이됐다. 4~5조원대인 국내 양대 포털과 비교해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국내 매출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초 서울지방국세청은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5000억원가량을 추징한다고 고지했고, 구글은 부과된 세액을 전액 납부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은 이후 국세청의 과세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를 제기했다. 구글은 서버가 국외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11월 본격 시행된 신외감법에 따라 올해부터 직전 사업년도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주식·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또 기존에는 공시 의무가 없었던 유한회사까지 공시 의무 대상으로 편입돼, ‘외국계 유한회사’들까지 공시 의무 대상에 포함됐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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