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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파란만장합니다. 연거래액 기준 1위 네이버와 2위 쿠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인데요. 네이버는 중소상공인(SME)들과 쇼핑 판을 키우고 있고,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으로 시가총액 대박이 났습니다. 초기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던 이베이코리아나 11번가는 불과 몇 년새 이들의 꽁무니를 보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제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을 명실상부 라이벌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라이벌이라기에는 서로 갈 길이 다르다는 것이죠. 사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양사가 지향하는 이커머스 전략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쿠팡은 잘 알려졌듯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는 회사입니다. 아마존은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대행하는 풀필먼트를 처음 선보였고, 이를 활용해 판매자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직매입)해 확고한 아마존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쿠팡 또한 풀필먼트와 직매입 구조를 내세워 로켓배송(익일배송)이라는 독자적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막대한 물류투자를 감안하면서 말이죠.
쿠팡이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선보인 것도 아마존의 구독 모델을 답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월 2900원의 ‘로켓와우’ 멤버십을 만들고, 이 멤버십 회원에게만 무료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요. 지금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까지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배송 멤버십 ‘아마존프라임’을 출시하고 가입자에게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쿠팡만의 빠른 배송 서비스, 이를 기반으로 충성고객을 유인하는 멤버십, 그리고 OTT라는 신사업까지.
네이버는 조금 다릅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아마존보다는 쇼피파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봅니다. 쇼피파이는 직매입 구조가 아닌, 누구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도록 플랫폼과 제반 기술 환경을 제공합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가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죠. 판매자들은 네이버 플랫폼 안에 스토어를 생성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단계별 도구나 기술을 네이버로부터 지원받습니다. 이로써 네이버를 통한 쇼핑 거래액은 순증하고, 이를 통해 네이버 역시 네이버플러스멤버십 등 자체 구독형 수익 모델을 꾀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CJ대한통운·이마트 등과 지분 교환 혈맹을 맺었죠. 이들과의 협업으로 물류 솔루션을 갖춰 온디맨드 물류를 실현하는 구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최근 네이버 장보기에서 신세계·이마트 상품 당일·익일배송을 도입하고, 스마트스토어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식의 구체적인 협업 방안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네이버는 현재 스마트스토어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처럼 확고한 네이버만의 생태계를 갖추게 되면 또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할지 모르겠습니다. 쇼피파이의 경우 이미 기본 29달러로 책정한 수익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연 아마존과 쇼피파이 모델 중 어떤 쪽이 더 좋은 성과를 낼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아마존 같은 플랫폼에 입점하게 되면 편리하고 빠른 판매가 가능하지만 결국 플랫폼이 판매 주도권을 갖게 됩니다. 반면 쇼피파이는 판매자 개인이 온라인 스토어를 쉽게 만들고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마케팅 부담도 늘어납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이커머스 강자로 군림해온 아마존에 맞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쇼피파이의 성장이 요즘은 더 돋보이긴 합니다. 쇼피파이는 지난해 캐나다 시총 1위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와 쿠팡 또한 가는 길은 달라도 결국은 이커머스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으로 단숨에 시총 100조원 기업으로 부상하고 얼마 안 있어 네이버가 CJ·신세계와 유통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견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어찌 됐든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몇 년 뒤 국내 이커머스 판은 또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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