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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잭팟 터뜨린 쿠팡 김범석, 실탄 5조원 어디에 쏠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뉴욕 증시에 올라탄 쿠팡이 화려한 데뷔를 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으로 올라섰고, 5조원의 실탄을 장전했다. 그동안 만성적자에도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던 쿠팡이 제대로 날개를 단 격이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한 공격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쿠팡은 11일(현지시간) 거래 첫날 공모가 35달러보다 약 41% 오른 49.2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초가는 공모가에서 81.4% 상승한 63.50달러였으며, 한 때 공모가 대비 97.1% 급등한 69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으로 886억5000만달러(한화 약 100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쿠팡의 기업공개(IPO)는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아시아 최대, 2019년 우버 이후 뉴욕 증시 최대 규모다.

쿠팡은 이번 IPO에서 45억5000만달러(약 5조1678억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의장의 상장 후 지분(10.2%) 가치도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쿠팡의 최대주주 비전펀드의 지분(33.1%) 가치는 208억달러(약 23조7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로 이미 ‘로켓배송’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막대한 투자를 해온 쿠팡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김범석 의장은 첫거래일 마감 직후 미국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화상 간담회에서 미국 상장 배경과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해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공격적이고 지속적이며 계획적으로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상장 터를 잡았지만 유치한 자금은 당분간 한국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김 의장은 “전 세계 10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가운데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한 나라가 한국으로, 시장 규모가 절대 작지 않다”라며 “당분간은 국내 시장과 고객을 위해 할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조5340억달러(2862조원)로, 이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46억달러(118조원)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은 온·오프라인 전체 시장에서 이커머스 비중이 35.8%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작년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아직 13% 수준으로, 회사는 이를 남은 만큼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김 의장은 한국 시장을 무대로 쿠팡의 충성고객을 늘리기 위한 사업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락인효과의 핵심인 로켓배송을 국내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4조원의 적자를 안고 국내 30개 도시에 170개 이상 물류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이어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국내에 7개의 풀필먼트(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관리 시스템)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국내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와 DH코리아(요기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인수합병(M&A)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쿠팡은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출시하며 후발주자로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쉽지 않은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어 M&A를 통한 신사업 규모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김 의장은 향후 M&A 계획에 대해 “아예 문을 닫은 건 아니지만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관점도 중요하다”며 “옳은 판단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하지 않는 편”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가 최근 쇼핑 부문 몸집을 크게 늘려가는 상황에서 쿠팡의 이러한 투자 의지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네이버의 경우 CJ그룹(CJ대한통운·CJ ENM)에 이어 신세계와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혈맹 결성을 검토하는 등 외부 제휴를 통한 물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쿠팡과의 맞대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성공적인 상장에도 불구하고 만성 적자라는 근본적인 취약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김 의장은 “우리는 적자가 아니라 투자라고 보면 된다”며 “(적자를) 극복해야 한다기보다 지속적인 투자계획이 있다고 봐 달라”고 언급했다. 또한 “증권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이고 장기적으로는 무게를 재는 기계”라며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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