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10년을 끌어온 ‘자바’ 전쟁에서 구글이 오라클에 최종 승소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는 “API 세금을 면하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발하면서 사용한 자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fair use)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하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자바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면서도 공정 이용이라는 예외조항을 허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의 관행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미국 IT매체 프로토콜은 “오라클이 최종 승리했을 경우, 자바 API 택스(세금)가 생길 뻔 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구글은 자바 API에서 약 1만1500줄의 코드를 복제해 안드로이드에 활용했다.자바 API는 자바를 사용해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 클래스 라이브러리의 집합이다. 입출력, 화면 구성, 이미지, 네트워크와 같이 복잡하지만 필요한 클래스들을 미리 구현해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구글 측은 API가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그동안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고, 안드로이드 역시 자바 API 활용을 통해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자바 API 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정 이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대법원이 구글의 자바 API 공정 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와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 제조업체도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 자바 API는 불법으로 여겨지며, 지금과 같이 자유롭게 활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10년 오라클이 처음 구글에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에는 자바 API 저작권 침해에 따른 사용료 90억달러를 청구했지만, 10년 간 소송을 이어오는 동안 구글의 예상 손해배상액은 300억달러로 치솟았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자바 API 저작권이 인정되면서 향후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 클라우드 업계에도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주로 API를 통해 구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심지어 오라클조차도 자사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만들 때 아마존웹서비스(AWS)의 S3 API를 복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바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고슬링은 현재 AWS에서 근무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구글과 오라클의 다툼이었지만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업계에 API 저작권과 관련된 불씨를 남긴 셈이다.
한편 공교롭게도 구글은 현재 사용 중인 오라클의 재무회계 소프트웨어 대신 SAP로 전환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소송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구글의 탈(脫) 오라클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