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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겨눈 공정위 전자상거래법…“연대책임 져야” vs. “스타트업 문턱 높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온라인플랫폼을 겨냥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연대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지만, 한편에서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이 가운데 공정위와 업계의 줄다리기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 강화다. 소비자와 입점업체 간 분쟁이 일어났을 때 플랫폼 사업자가 단지 중개 역할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또 중고거래와 같이 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 연락두절이나 환불거부 등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신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업계는 그러나 공정위의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스타트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성명을 통해 “공정위가 업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마친 상태로 입법예고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 특히 업계의 부정적 의견이 제기될 수 있는 내용은 제외하고 ‘보여주기’식 소통을 했다는 지적이다.

내용 면에서도 법개정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공정위가 제시한 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거래 관련 피해구제 신청 6만9452건(2016~2020년) 가운데 주요 9개 사업자들의 월평균 건수를 계산했을 때 보상이 완료된 경우를 제외하고 월 9건 정도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주요 9개사에서 매달 수백만건의 거래가 이뤄지는데 평균 9건의 사례가 강한 규제를 도입할 논거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협회와 포럼은 또한 “엄격한 요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영업정지 등 행정행위를 공정위의 일방적 의심이나 우려에 따라 명할 수 있도록 임시중지명령 제도를 완화한 것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반면 공정위는 “소비자원 신청건수는 총 3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0.25%에 불과한 9개사의 비중이 15.8%라는 것은 오히려 높은 수치”라고 반박했다. 임시중지명령 완화에 대해서도 오히려 “지나치게 엄격해 사실상 작동이 불가능했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라며 “영업 전부(일부)중지만 가능했던 것을 광고 중지·삭제 등 다양화해 사업자 부담을 완화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대책임이 강화된 플랫폼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입점업체하고만 거래를 늘리게 될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려는 업체들은 가뜩이나 높은 초반 진입장벽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 등 개인간 거래에서 분쟁시 플랫폼이 이용자 실명·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점도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스타트업에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라는 지적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중고 물품을 팔려다 구매자 비위를 거스르면 본인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게 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공정위는 “분쟁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플랫폼이 이용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신원 정보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지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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