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中 10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 불허 천명…中 자립 차단 - 반도체, 제조업 핵심 부품…통신·CCTV·드론·조선 ‘무용지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이 중국과 갈등 강도를 높였다. 중국 기업 제재 대상을 확대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연계했다. 중국 정부 변화가 없다면 중국 기업의 생존도 없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수출제한업체명단(entity list)에 77개 기업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드론 업체 DJI ▲조선 업체 CSSC 등을 포함했다.
이들은 미국 산업안보국(BIS: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수출관리규정(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을 위반했다.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 ▲남중국해 군사 행동 참여 ▲군사 협력을 위한 미국 기술 절도 등에 협력했다.
미국 기업은 수출제한업체명단에 오른 기업과 거래를 하려면 미국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 이들에 앞서 중국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와 폐쇄회로(CC)TV 업체 하이크비전이 제재 대상이 됐다.
SMIC는 중국 파운드리 1위다. DJI와 CSSC, 하이크비전은 각각 드론, 조선, CCTV 세계 1위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1위 스마트폰 2위다.
세계 선두권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둔 업체가 졸지에 생존을 걱정하게 됐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업이 아닌 업체도 거래를 막았다. SMIC에 대해서도 규제 확대를 예고했다. 미국 상무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SMIC의 경우 “중국 군산복합체 지원 우려로 10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 공정 관련 거래 허가는 거부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중국 산업 견제는 ‘반도체’가 핵심이다. 화웨이를 통해 반도체 기술이 없는 정보통신기술(ICT) 완제품 제조사의 약점을 부각했다. 반도체 설계 기술(팹리스)이 있어도 제조 기술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조달하던 시스템반도체도 파운드리와 거래를 못하게 해 차단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 기술 선두인 SMIC를 흔드는 것도 같은 전략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드론 ▲CCTV ▲선박 등은 ‘빛 좋은 개살구’다. 디지털 정보를 습득 처리 저장하는데 반도체는 필수다.
우리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 제조업 전반에 대한 위협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중국 제조업 타격은 단기적으로는 부품 생태계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다.
미국은 화웨이 반도체 수급을 막았다.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화웨이는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등 다양한 부품 구매를 중단했다. 기업(B2B) 거래 물량 급감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다. 관련 부품 업계 수익성 악화가 명약관화다. 개별 기업에 특화한 부품을 만들던 업체는 이마저도 어렵다. 한 일본 매체는 지난 9월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에 따른 한국 일본 대만 기업 손실이 약 31조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화웨이에 한정했던 여파가 중국 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제조업 위기는 중국 일자리 감소 및 경제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구매력 하락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중국 정책에 불만을 가져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스마트폰의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이다. 미국의 3배에 육박한다.
한편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취임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당과 바이든 당선자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단독 제재보다 국제 제재가 적절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오히려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확률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