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 오픈마켓 사이트를 이용하는 A씨. 이제는 안 쓰는 물건을 중고로 오픈마켓에 중고로 내놓은 이후 이후 언젠가부터 이상한 내용의 문자를 받는다. 집 주소로도 섬뜩한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알고 보니 오픈마켓에 올린 판매 물품으로 인해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집주소, 전화번호 등이 알려진 것. 오픈마켓 사이트에 이를 따졌지만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내용은 가상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인 전자상거래 업체는 물품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를 전달토록 법적으로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2016년 개정된 해당 내용은 구매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오픈마켓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용해 물품을 팔 때는 악용될 여지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물건을 판매코자 했다가 중요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 취소’ 등을 악용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구매를 했다가 취소하더라도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크로 같은 기능을 활용할 경우 단기간에 상당한 양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기업에게 ‘왜 법을 준수하느냐’는 지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인 만큼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 이후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로 통합 출범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보호위)가 해당 내용을 맡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특별법인 전자상거래법이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우선되기 때문에, 해당 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인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질의하자 관계자는 “해당 내용 숙고해 법 제·개정 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개인정보와 관련된 특별법은 곳곳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다. 방역당국은 감염병예방법에 의거해 ‘감염병의 방역·예방 조치에 관한 사무’를 위해 코로나19 확진자의 일부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금융거래 등에 활용되는 개인정보는 신용정보법의 영향을 받는다.
학계에서는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 처리 범위가 커질수록 개인정보보호법의 범위는 축소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소관 부처이자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인 보호위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보호위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 부처, 시민사화, 학계 등과 논의를 지속하는 중이다.
범부처 협의회인 ‘개인정보보호 정책협의회’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9월 17일 출범한 개인정보보호 정책협의회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관계 중앙행정기관 간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설치됐다. 보호위의 주관으로 개인정보보호 관련 주요 정책과 법령 제·개정, 개인정보 침해사고 예방·대응 관련 사항에서 부처간 협력을 주도한다.
협의회를 통해 특별법상의 개인정보 관련 내용에도 보호위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