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김형진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장이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있는 자리에서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적으로 알뜰폰 시장 진입 및 퇴출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다 오히려 KT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어 알뜰폰협회가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진 회장<사진>은 2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의 시장퇴출을 촉구했다.
그는 "통신사들의 보편요금제 정책에 자회사들이 수천억원 적자를 감수하고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통사(MNO) 계열 알뜰폰 점유율을 낮추고 3년내 사업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회장은 "특히 통신사들이 M&A를 통해 중소 방송통신사들을 멸종시키고 있다"며 "거대자본을 앞세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통신사 편익에 편중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의 축사는 이통사 계열 알뜰폰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집중됐다. 바로 옆에 알뜰폰 정책을 총괄하는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옆에 있었는데 공개적으로 저격한 셈이 됐다. 또한 이번 알뜰폰 스퀘어는 대기업인 KB국민은행이 모든 비용을 부담했고 M모바일, LG헬로비전, SK텔링크 등 이통사 자회사 알뜰폰 사업자도 알뜰폰 스퀘어 참여사로서 현장에 함께 했다는 점에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기에 더해 김 회장은 현재 과기정통부가 서울시와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지자체 공공와이파이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군사용으로 비축돼 있는 3.7GHz와 고주파 대역을 비면허 대역으로 확보해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공공 와이파이와 연계해 중소 통신사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공식 행사 이후 장석영 차관은 김 협회장의 요구에 대해 "말씀 주셨으니 여러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 회장이 요구한 사항은 현실화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KT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이통사 계열 시장점유율 50% 제한 뿐이다. 이미 LG유플러스 자회사 2곳이 시장에 진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MNO 계열사들의 경우 등록조건이 있다"며 "법적으로 시장 진출을 막을 수는 없으며 KT스카이라이프의 결합상품의 동등제공 등 그러한 조건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던 알뜰폰이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것을 기념한 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협회가 회원사 및 업계를 대신해 SK텔레콤과 협상해왔던 과기정통부를 공개 저격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