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한 가운데, 화웨이가 퀄컴을 향해 칩셋을 구매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퀄컴은 대표적인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정책을 재고해달라는 의미다.
23일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커넥트 2020’ 미디어 컨퍼런스를 통해 “퀄컴은 화웨이에게 아주 중요하다. 퀄컴 칩셋을 (화웨이) 스마트폰에 계속 사용하기를 원한다”며 “화웨이는 칩셋 설계에 아주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고객을 돕는 것이 곧 화웨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궈핑 순환회장은 “화웨이는 휴대폰 부문에서 매년 수백만개 칩셋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기업 또한 라이센스를 적용해 미국정부로부터 칩셋 공급 승인을 받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화웨이에 (칩셋을) 공급할 의사가 있다면, 그들로부터 기꺼이 사들일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정부는 지난 15일부터 화웨이 제재를 강화했다.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도록 했다.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만 TSMC에서 생산하는 우회로뿐 아니라,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이동통신기지국, 서버, PC, TV 등에 탑재되는 만큼 사실상 화웨이 숨통을 쥐겠다는 의미다.
이제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주요 반도체 업체의 손실 규모만 3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 퀄컴 또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퀄컴은 화웨이와 거래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로 약 9조5000억원, 80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화웨이와 퀄컴은 2009년부터 10년 이상 협력해 왔다.
앞서, 인텔과 AMD는 미 상무부로부터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에 한정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허가를 받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다른 품목으로 승인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궈 순환회장은 미국의 동맹국 일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 부품 공급의 30%를 담당하는 일본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약 31조원 규모의 반도체‧센서 등 부품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궈 순환회장은 “미국이 화웨이를 금지하면 일본 기업은 엔화를 많이 잃게 될 것이며, 미국 정부 결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며 “이 결정은 결국 미국정부에게 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를 압박하는 미국을 향한 불만도 내비쳤다. 미국은 보안을 명분으로 화웨이를 때리고 있다. 특히 중국기업인 화웨이가 5G 굴기를 주도하면서, 미국은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사용하면, 주요 기밀‧민감정보가 중국정부에 흘러 들어갈 거라며 보안위협 의혹을 제시한 배경이다.
궈 순환회장은 “클린(Clean) 5G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 정치인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클린 5G는 특정 목적을 가진 한 당사자에 의해 정의되어서는 안된다. 화웨이는 사실과 규칙에 근거해 여러 당사자가 개발한 사이버보안 및 데이터보호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를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궈 순환회장은 “미국은 화웨이를 계속적으로 공격해 왔고, 법을 세 번이나 개정했다. 이는 큰 도전으로 작용했다”며 “9월15일 이후 얼마 안된 시점에서, 사업에 대한 타격은 아직 평가하고 있다. 사업과 인적 자원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며, 우수 인재 영입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