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심사를 진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내유보금 관련 조건을 부과했다.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유보금 재편성을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현대HCN은 KT스카이라이프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어 승인조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7일 오후 현대HCN 분할심사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가입자 보호 및 고용승계 방안과 함께 사내유보금 편성과 관련한 조건을 부과해 분할을 승인했다.
앞서 현대HCN은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회사를 물적분할하기 위해 정부에 ‘방송사업권 변경허가’ 및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먼저 과기정통부가 분할심사를 진행한 뒤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하게 돼 있다. 방통위는 다음주 내로 보고절차를 마치고 사전동의 의결을 위한 심사위 구성에 착수한다.
당초 정부 분할심사는 수월한 승인이 예상됐으나 도중 사내유보금 논란이 불거지며 난관을 맞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의 사내유보금 가운데 상당수를 현대퓨처넷에 남기고 일부만 신설법인에 이관해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성에 기반한 케이블TV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그와 무관한 기업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현대HCN 분할을 승인하되 사내유보금과 관련한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고용 승계나 가입자 보호와 같은 통상적인 조건들 외에, 문제가 된 현대HCN의 사내유보금과 관련해 여러 논의를 거쳐 일정 부분 조건을 첨부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방통위 사전동의 의결이 끝나기 전에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현대HCN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한 케이블TV 투자계획을 조건으로 걸었다는 추측도 나왔으나 과기정통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사내유보금 관련 조건이 부과됐다는 것은 유보금 재편성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현대HCN 사내유보금인 353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존속법인에 남길 계획이다. 이미 SK바이오랜드 지분인수로 자금 1205억원을 소진했다. 하지만 조건부 승인에 따라 신설법인 몫을 현행보다 확대해야 할 수도 있지만 재배정이 아닌 다른 조건 부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만약 유보금을 재편성 한다면 이사회 주주승인을 다시 받아야 할 수 있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KT스카이라이프와 주식매매계약도 분할이 완료돼야 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대HCN 매각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대HCN이 예고한 분할기일은 11월1일이지만, 당초 과기정통부의 심사 기한 목표는 현대HCN이 변경허가를 신청한 4월27일을 기점으로 90일 이내였다. 이종산업간 융복합과 이에 따른 M&A가 주 흐름이 된 상황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 현황을 문제삼는 것이 과한 처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방통위는 “올해 초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변경허가와 관련한 사전동의는 약 반개월 정도 소요됐는데, 현대HCN의 경우 필요 시 약식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가급적 빨리 심사처리를 하려고 한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심사위원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아 다음주 내로는 심사 진행이 촉박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