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내년 3월 시행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에 맞춰 규제 준수에 돌입한 가운데, 해외 대형 거래소들도 최근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FATF(국제자금세탁기구) 권고안에 따라 각 국가들이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정비하면서, 해당 국가로 진출하려는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규제 준수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미국 대형 거래소인 제미니(Gemini)는 지난 19일 영국 지사인 제미니유럽리미티드(Gemini Europe Limited)를 영국 금융감독원(FCA)에 정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암호화폐 관련 영업을 하기 위해선 유럽연합(EU)의 5차 자금세탁방지 규제인 AMLD5에 따라 FCA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를 탈퇴했지만, 탈퇴 전인 1월 10일 AMLD5가 발효되면서 해당 규제를 국내법으로 전환했다.
일본 대형 거래소인 리퀴드(Liquid)도 싱가포르 영업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암호화폐 28종을 상장 폐지했다. 상장 폐지 암호화폐 중엔 스텔라루멘(XLM), 네오(NEO), 신세틱스(SNX) 등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있고 사업도 활발히 운영 중인 프로젝트들이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리퀴드 측은 “싱가포르의 강화된 규제 하에서 현지 영업을 앞두고 있어, 라이선스를 신청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일부 암호화폐는 규제 담당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향후 재상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데이터분석업체 쟁글(Xangle)은 지난 19일 발간한 마켓워치 보고서에서 “최근 싱가포르가 지불서비스법(PAS)을 개정했다”며 “리퀴드는 개정된 법안을 준수하기 위해 프로젝트에게 최신 법률 의향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하거나 제출이 미비했던 프로젝트에 상장 폐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미니, 리퀴드 등은 기존에도 규제 친화적인 거래소였지만 규제를 신경 쓰지 않던 거래소도 최근 태도를 바꿨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인 비트멕스(Bitmex)다. 비트멕스 법인은 조세회피처인 세이셸 제도에 있어 그동안 규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로 진출하기 위해 규제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트멕스는 오는 28일부터 고객신원확인(KYC) 제도를 도입한다. 이용자는 6개월 안에 KYC 절차를 마쳐야 한다. 내년 2월 12일부터는 신원확인을 완료한 고객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
비트멕스 측은 암호화폐 관련 국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KYC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비트멕스는 “최근 (암호화폐 관련) 국제 규제가 발전하면서 사용자 신원인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KYC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국경을 뛰어넘어 영업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특성 상, 해외 대형 거래소의 규제 준수 움직임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쟁글 측은 “(거래소 업계가) 과거에는 탈중앙화 이념에 좀 더 가치를 두어, AML(자금세탁방지) 및 KYC 도입에 다소 소극적인 편이었으나, 대형 거래소들 일부가 이를 준수하기 위한 시도를 하면서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디”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규제를 따르며, 더 큰 시장 성장을 모색하는 흐름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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