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한 업계 우려가 커진다. 정부와 기존 사업자들은 스카이라이프의 선택을 썩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단순 가입자 뺏기 시도가 아니냐며 날을 세운다. 이는 같은 통신사 계열인 LG헬로비전이나 신생 사업자인 KB국민은행이 시장에 진입할 때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12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업체를 대변하는 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앞서 과기정통부에 알뜰폰 사업을 개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사업자 변경등록을 추진하고 있었다.
알뜰폰(MVNO) 사업은 정부 허가가 필요 없는 등록제다. 다만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MNO)인 KT의 자회사여서 과기정통부로부터 별도의 등록조건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통신사의 알뜰폰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과기정통부는 KT스카이라이프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뜰폰업계에선 우려가 빗발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사업을 하는 것은 결국 위성방송 결합상품으로 그물만 쳐서 물고기(가입자)를 다 뺏어가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은 정작 결합상품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데, 마케팅비를 쏟아 힘들게 키운 시장을 스카이라이프가 한방에 거둬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반발이 쏟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스카이라이프가 통신사 KT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미 알뜰폰 시장이 통신사 계열사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통신3사의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의 통신사가 하나의 알뜰폰 사업만 할 수 있다는 ‘1사1MVNO’ 원칙도 사실상 사라져 통신사들의 영역 확장도 잇따를 수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기존 미디어로그에 더해 구 CJ헬로를 인수하고 LG헬로비전까지 총 2개의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KT도 기존 엠모바일에 스카이라이프까지 알뜰폰 사업을 한다면, SK텔레콤 또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추가 MVNO 사업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알뜰폰업계도 이러한 도미노 확장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러나 같은 통신사 계열인 LG헬로비전이나 신규 시장 진입자인 KB국민은행 사례에 비춰볼 때 온도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입자 경쟁 측면에서 지나친 ‘둥지 지키기’라는 것. 업계에선 그러나 기존 알뜰폰사업자인 CJ헬로가 LG유플러스로 거처만 옮긴 것과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새로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진출에 대해서도 정부와 업계는 오히려 기대감을 표출한 게 사실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되면서 그해 연말 첫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출시했다. 이후 약 6개월 만에 7만명 가입자를 확보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와 관련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규제샌드박스로 시장에 들어와 2년 기한이 있고 추가로 사업을 영위한다 해도 2년을 더해 최장 4년까지만 할 수 있는 사업자여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국민은행이 처음 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막연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아직은 가입자 확보가 예상보다 더디게 흐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앞서 지난 5일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주제로 한 기자단 스터디에서 “또 하나의 MNO 계열사가 들어오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면서 “스카이라이프가 단순히 결합상품을 넘어 추가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거 MNO 계열에 대해선 1사1MVNO라는 제약사항이 있었지만 이제 깨졌으니 등록조건을 부과해 최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스카이라이프의 사업계획을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스카이라이프는 “우려에 대한 해소책은 물론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도 부응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사업자들의 우려에 귀기울이면서 주무부처와 더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