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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③ 거래소, ‘원천징수의무자’ 됐다…외국인 고객 향방은?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기로 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비거주자(외국인) 및 외국법인의 세금을 원천징수해야 하는 ‘원천징수의무자’가 됐다. 이에 국내 거래소들이 비거주자 외국인 고객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시 세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22일 발표한 2020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회계기준, 현행 소득세 과세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 오는 2021년 10월 1일부터 국내 거주자는 물론 비거주자 외국인도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 때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경우 가상자산 양도대가를 지급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세액을 원천징수해 과세관청에 납부한다.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암호화폐 거래소다.

정부, ‘암호화폐 거래소=원천징수의무자’ 원칙 세웠다

그동안 거래소가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논란에 못을 박았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거래소 빗썸에 세금 803억원을 부과했을 때다. 당시 국세청은 2018년 이전 외국인 고객이 빗썸에서 출금한 금액에 대해 과세하며 빗썸을 원천징수의무자로 봤다.

그러나 본래 원천징수 의무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있는 것으로, 거래소가 소득지급자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불거졌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곳일 뿐 소득 지급자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볼 경우 소득세법 상 원천징수의무자인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도 미비했다. 이에 빗썸은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 현재 진행 중이다.

비거주자 외국인 원천징수, 얼마나 해야할까

이번 세법 개정으로 다른 거래소들도 빗썸처럼 외국인 고객에게 세금을 떼야 한다. 다만 국내 거래소 대부분이 비거주자 외국인 고객의 원화출금을 제한하거나 거래소 이용 자체를 제한하고 있어 원천징수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빗썸 과세 사례에서 국세청은 외국인이 빗썸에서 출금한 원화 금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다. 거래소를 출금액을 지급하는 ‘양도대가 지급자’로 본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를 ‘양도대가를 지급하는 자’로 명시했기 때문에 비거주자 외국인의 출금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확률이 높다. 다만 원화 출금액에 대해서만 부과할지, 암호화폐 출금액에 대해서도 시가를 산정해 세금을 부과할 지는 구체적인 법안이 나와야 알 수 있다.

원화출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경우, 거래소들의 원천징수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과 연동해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지원하는 4대 거래소들은 비거주자 외국인의 원화출금을 제한한다.

출금액의 22%를 원천징수하면서 외국인 원화출금을 지원하던 업비트는 오는 24일 케이뱅크와 실명계좌를 연동하면서부터 외국인의 원화출금을 제한한다. 업비트 관계자는 “케이뱅크에서 비거주자 외국인의 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의 원화출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빗썸, 코인원, 코빗도 외국인의 원화출금을 막은 상태다.

비거주자 외국인의 거래소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거래소들은 세법안이 어떻게 확정되든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빗, 코인원 등은 국내 이동통신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을 거쳐야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뒀다. 사실상 비거주자 외국인은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다. 고팍스 역시 비거주자 외국인의 접속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신규 외국인 고객 유치는 앞으로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에 대한 과세가 확정된 상태에서 신규 외국인 고객 유치가 활성화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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