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이끌 언택트(Untact·비대면) 산업이 규제장벽 앞에 멈춰 있다. 정부가 언택트산업 육성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규제해소 물꼬를 틀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스트코로나시대 언택트산업 전략 토론회’를 열고 언택트산업 활성화를 위한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위원회의 제도개선TF단장을 맡은 이원욱 의원과 비대면경제TF단장인 김병욱 의원이 주관했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인 이낙연 전 총리는 이날 토론회에서 “코로나19로 언택트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국회 역시 언택트 시대의 본격적인 가동 이전에 입법 등 상당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발제는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의 사회로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 김직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비대면산업육성팀 과장,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경제정책실장,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등이 발표했다.
발제자들은 언택트산업이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제조업·농어업·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선도할 것이란 의견에 공감을 이뤘다. 특히 언택트산업이 발전하려면 이를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정비하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세된 ‘언택트’…유니콘 기업 과반이 비대면 업종=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산업변화로는 기존 ‘개인’이 선택하던 디지털화에서 교육·의료·근로 등 ‘사회’ 기반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직동 과기정통부 과장은 이 점을 들어 “여행·숙박 등 서비스 산업은 침체되고, 게임·전자상거래 등 언택트 산업은 반대급부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 400여곳 가운데 50% 이상이 전자상거래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등 비대면으로 분류되는 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한국 역시 10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과반이 비대면 업종이다. 이에 김형수 전무는 “향후 지원과 투자는 비대면 산업을 중심으로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언택트산업의 핵심인 화상 커뮤니케이션의 빠른 성장도 주목된다. 이학무 애널리스트는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3G 통신 시대부터 부상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상·증강현실(VR·AR)이 접목돼 더 실감 나는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늘고, 회의·강연은 물론 공연 관람·여행에서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원래 한국이 미디어 콘텐츠 강국이 됐던 배경에는 극장 체인 플랫폼을 장악한 면이 컸는데 지금은 OTT가 부상하면서도 국내에 글로벌 탑티어 업체가 없다”면서 “OTT의 핵심인 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택트산업 키우려면 시대착오적 규제 혁파해야”=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혁신 의지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규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언택트산업 측면에서는 특별히 육성 컨트롤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언택트산업의 대표적인 규제 영역으로는 원격의료, 스마트헬스케어, 인터넷전문은행, 전자상거래 등 4개 분야가 지목됐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OECD 국가 20여개국이 원격 의료를 전면 허용한 상황임에도 한국에서는 의료진단행위에 대한 정의 자체가 협소해 의료 서비스는 물론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한계가 많은 게 현실이다.
추광호 실장은 “한국은 5G를 비롯한 인프라가 잘 보급돼 있음에도 원격 의료는 고사하고 건강 분석 앱이나 스마트기기가 스스로 발전을 못한다”면서 “신산업에 맞지 않는 규제 체계를 해소한다면 상당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 등 부작용도 있는 만큼 의료계와 대국민 설득이 전제”라고 덧붙였다.
인터넷뱅킹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추 실장은 “지난 2017년 인터넷뱅킹을 허가하면서 제반 규제를 모두 풀어주겠다고 정부가 호언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전자상거래 역시 발전 속도에 비해 오프라인 대형 마트 규제가 온라인 거래에까지 적용되는 등 기업에 따라 역차별도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